미디어 관련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막판 걸림돌이었다. 한나라당은 ‘내년 2월 협의 처리’라는 양보안을 냈으나 민주당은 기한을 정해선 안 되고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처리가 안 되도록 배수진을 친 것이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내놓은 양보안은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수의 횡포와 다수의 이런 무력(無力)이 국회를 끝내 저효율과 구태와 무책임의 경연장으로 만들고 만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도 질서유지권 행사에 대비해 의장석을 지키겠다며 등산용 밧줄로 의원들끼리 몸을 묶어 ‘인간사슬’을 만드는 추태를 연출했다. 전기톱과 쇠망치까지 동원해 의사당 출입문을 부숴 세계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고서도 부족했던 듯하다. 대화와 타협, 다수결 원칙에 따라 운영해야 할 민의의 전당에서 무법 폭력을 일삼고, 법안의 상정 심의 기회조차 막은 것은 독선을 넘어 반(反)의회주의적 행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심하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172석이라는 거대 몸집을 갖고도 83석의 민주당에 끌려 다니는 등 제 구실을 못했다.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려는 치열함도, 전략도, 책임의식도 부족했다. 내부 분열로 자중지란의 양상마저 보였다. 홍 원내대표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지난 10년 동안 진보 좌파정권에 의해 이뤄진 좌편향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면 실현은 물 건너 간 느낌이다.
말만 떠벌려 놓고 무엇 하나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는 여당과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뻗대기로 일관하는 민주당에 어떻게 계속 국회를 맡길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