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대부분의 경제예측가에게 최악의 예측력을 보여준 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 예측은 쓸모없는 작업에서 더 나아가 오히려 경제에 해악을 가져오는 존재가 되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미래는 모든 점이 불확실한데 예측을 통해 마치 그릇된 확신을 심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예측이 빗나갈까? 1980년대에는 과거에 사용하지 못한 컴퓨터가 경제 예측의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많은 경제학자가 기대하고 대규모 계량경제 모형을 사용하여 자신 있게 경제 현상과 정책 효과를 예측했다. 경제 현상은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반복한다지만 형태와 진폭은 언제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경제 예측이 더욱 어려운 것은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나비효과처럼 조그만 사건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지만 예측모형은 기본적으로 추세 분석이나 평균회귀 같은 과거의 경험이 반영된 예측을 하는 데 기인한다. 최근의 금융위기에서 경험했듯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기능마비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 합리적이 아닐지 모른다.
급격한 기술변화와 정치적 변혁은 모형이 가진 예측능력의 범위를 벗어나지만 실제 경제 현상에서는 이런 변혁이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제 예측은 언제나 단정적이기보다는 확률적인 신뢰도를 가진 예측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
통계학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두 종류의 예측 오류(error)를 구분한다. 제1종 오류(Type I error)는 어떤 현상이 진실인데 그렇지 않은 것처럼 예측할 때 발생하는 오류이다. 예를 들면 실제는 대불황이지만 대불황이 아니라고 예측하는 오류를 의미한다. 제2종 오류(Type II error)는 진실이 아닌데 진실이라고 예측할 때 범하는 오류이다. 다시 말해 대불황이 아닌 데 대불황이라고 예측하는 오류이다.
최근의 경제 예측을 보면 정부 당국이 너무도 제1종의 오류를 축소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경제 대불황에 대한 지나친 확신으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한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제2종의 오류를 범하면 앞으로의 정책 운용에 커다란 제약을 가져오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정부는 예측의 두 가지 오류에 대한 대비를 함께 하는 것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더 균형 있는 정책의 운용이라 할 수 있다. 정책수단에서도 경제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 환경 개선, 노사관계의 정상화 등 미시적 정책을 병행하고 시장의 신뢰도를 회복하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케인스의 말처럼 세상에 피할 수 없는 현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한다. 위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위기 대책이 만병통치약인 듯 판박이 정책을 무조건 대입하지 말고 각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일관성 있고 효율적인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는 ‘보이지 않는 손’과 함께 시장 기능의 원활한 작동을 보장하는 ‘보이는 정부의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현오석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