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재규]기술혁신이 생존무기다

  • 입력 2009년 1월 7일 02시 59분


오늘날은 위기의 시대다. 세계적 금융위기, 환경과 에너지의 위기, 저성장과 고실업의 위기, 국가 경쟁력 약화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는 절박한 필요를 낳고,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응급처치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건강을 위한 대책, 고통스러운 위기의 산통을 통해 낳게 될 선물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위기는 나름대로 선물을 남겼다. 1929년의 경제 대공황은 후버댐을 낳았고, 강물을 캘리포니아로 돌려 오늘날의 캘리포니아를 낳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암호를 풀기 위한 노력은 컴퓨터의 원조를 낳았고, 1960년대 냉전체제는 달나라로 사람을 보내는 우주시대와 위성통신의 시대를 열었다. 오일 쇼크는 소형자동차 기술을 발달시켰고 신재생 에너지의 필요성을 가르쳐 줬다. 모두 위기가 가져다 준 선물이다. 이런 선물을 미리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신성장동력기획단이 2008년 5월 19∼59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향후 10년 후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1.4%가 첨단 에너지 환경산업 등 새로운 성장산업의 발굴과 육성이라고 했다. 해답은 역시 기술의 혁신이다.

기획단이 바라본 미래도 기술혁신을 기본으로 한다. 현재 경쟁력이 있는 조선, 자동차, 철강 등의 기간산업도 기술혁신으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단은 또 새로운 산업은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에너지 환경기술(ET) 등이 융합되면서 창조될 수 있다고 봤다. 미래의 ET는 석유를 대체하는 합성석유와 태양광, 연료전지, 바다에서 재배된 바이오 연료에서 해답을 찾았다. 탄산가스의 문제도 광합성과 같이 탄소동화작용기술을 개발하여 유기물질을 합성하면 해결된다. 기술혁신을 통해서 맞이하게 될 이 같은 미래는 우리에게 꿈을 주고 기회를 준다.

우리나라를 IT 강국이라고 한다. IT 강국이 되게 한 원동력은 TDX 전자교환기의 자력개발에서 시작되었고,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의 상용화를 최초로 개발함에 기인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기술 투자와 선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가 개발한 6.5mm의 액정표시장치(LCD) TV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이런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 금융위기 후에 찾아올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생존만도 힘든 기업이 있겠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기업은 금융위기 후에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해야 한다.

신성장동력을 기획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산업구조를 다시 생각해 보고,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 봤다. 미국은 제조업이 동공화돼 있다. 경제성만을 생각하며 해외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아직도 전자,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 등의 주요 제조업을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을 유지한 힘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엔화가 두 배나 올라도 수입의존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오로지 기술력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근본적 과제다.

짐 콜린스는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란 저서에서 위대한 기업이 된 이유를 분석한 결과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들은 기술과 기술에 따른 변화를 평범한 조직들과 달리 생각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별히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움츠린 권투선수가 더욱 코너에 몰린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어려울 때 더욱 두 팔을 뻗고 공격을 해야 할 곳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위기가 움츠리게 될 것이다.

이재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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