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우덕]‘老老부양’ 눈물 닦아주려면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올해 노인인구는 약 520만 명으로 전체 국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7%로 추계된다. 국민 100명당 11명은 65세 이상의 고령자라는 얘기다. 고령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연장되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7년도 평균수명이 남자는 76.1세, 여자는 82.7세로 나타났다. 이미 고령화된 노부모와 노년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자녀가 한집에서 지내는 시대가 되고 노인이 노인을 수발하는 소위 노노(老老)케어 시대가 되고 있다.

장기 수발, 정신-금전적 큰 부담

초고령화된 노부모나 함께 사는 자녀가 모두 건강을 유지한다면 모르겠지만 어느 한쪽이 질병이나 상해로 간병이나 수발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타인에게 신체수발을 받아야만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현대에는 의학기술이나 재활기술의 발달로 그 기간이 길어져서 수발을 받는 쪽이나 수발하는 쪽 모두 큰 부담이 된다. 수발기간이 길어져 경제적 비용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가족수발자의 심리적, 정신적 부담 또한 커진다. 자녀가 큰 질병에 걸렸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부모 부양이 어려워지면 노부모의 자살이나 노부모 살해와 같은 극한 상황까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국민연금제도에 따른 노령연금을 본격적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전체노인의 20% 정도만이 받는다. 정부예산으로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도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에는 적은 금액이어서 전반적으로 노인 소득수준은 열악하다. 요즈음과 같이 경기침체로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간병수발비용이 당사자인 노인에게나 자녀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비용부담 때문에 가족이 스스로 수발을 해준다고 해도 노년기에 접어든 자녀가 노부모를 수발하기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건강하던 자녀가 장기간에 걸쳐서 노부모의 신체수발을 들어주다가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하는 사례도 적지 않으므로 가계에만 맡기면 결국 의료비를 포함한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그에 따라 발생되는 노인 수발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지난해 7월부터 실시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이다. 당사자의 소득수준과는 관계없이 중풍이나 치매와 같은 만성질환이나 낙상 또는 골절 등의 사고로 간병수발이 필요한 장애노인에게 보험급여를 제공함으로써 가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배경은 노부모의 간병수발이 특정 가정에만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노부모가 있는 모든 가정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한다는 데 있다.

노인요양보험 ‘사각지대’ 살펴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간병수발의 필요 상태가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야 하므로 경미한 장애상태를 지닌 노인은 제외된다.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와 국고부담으로 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 있지만 그러한 수급조건 때문에 고통을 받는 가정도 있을 수 있다. 이제 막 도입한 제도가 성숙하기 전에 예외조건을 만들어 운영하면 보험재정의 악화, 보험료 부담의 증가, 서비스의 질 저하와 같이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높다.

하지만 수발고통이 심하다고 해서 노부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해서는 안 되므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서비스 미이용 원인을 면밀하게 재검토하여 급여 대상자가 비용부담을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 테두리 안에서 주민이 서로 도와주도록 지방자치단체 위주의 노인보건복지사업이나 지역복지사업을 비롯한 자원봉사사업을 활성화해 노부모 부양가족을 지원해야 한다.

선우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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