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계와 정부부처에 발목 잡힌 ‘방송통신 强國’

  • 입력 2009년 1월 9일 02시 58분


최첨단 방송통신 융합서비스인 인터넷TV(IPTV) 기술에서 한국이 경쟁국에 크게 뒤져 있다. 한때 한국은 ‘인터넷 강국’의 장점을 활용해 IPTV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자랑했다. 그러나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IPTV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5년이나 영역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다른 나라들이 먼저 상용서비스를 시작해 역전을 당했다.

지난해 말 우리도 상용서비스에 들어갔으나 IPTV 방송 송출장치에서 핵심장비의 38%, 셋톱박스 같은 단말장치 부품 가운데 65%를 수입에 의존한다. 핵심 기술을 우리가 선점했더라면 국내 관련 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막대한 수출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어리석은 부처 이기주의 다툼으로 IPTV 장비와 부품 시장을 외국 제품에 내주고 만 것이다.

최근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이 야당 반대로 국회통과가 무산된 것도 IPTV와 비슷한 자충수가 될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상파 방송의 오랜 독점체제를 허물고 방송의 진입 장벽을 낮춤으로써 경쟁과 혁신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경쟁국들의 신속한 대응과 비교할 때 이 또한 한참 늦었다. 여야는 그마저도 국회 정상화 과정에서 ‘이른 시일 내에 합의 처리하기로 노력한다’라고 모호하게 합의해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 불확실하다. 민주당과 지상파 방송 노조가 합작한 ‘기득권 지키기’로 인해 꼭 필요한 법안이 밀려난 것이다.

우리가 제 발목을 잡는 동안 선진국은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미국은 다음 달 아날로그 TV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다. 일본의 디지털 전환은 2011년 7월로 잡혔다. 우리는 2013년 1월에야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다. 2001년부터 준비를 시작했으니 무려 12년이 걸리는 셈이다. 소요 자금 조달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지상파 방송사 간 줄다리기 탓이다.

미디어산업 활성화는 연간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련 산업의 내수 확대로 이어진다. 그런데도 미디어산업을 정치 논리와 기득권 지키기 차원에서만 보는 세력의 포로가 돼 있는 것이다. 방송계와 국회, 정부가 할 일을 미루는 사이에 방송통신 강국의 꿈은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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