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기업들은 미래 신(新)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대구도시가스 등을 주력 계열사로 둔 대성그룹도 그중 하나다. 이 회사는 기존 이미지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문화콘텐츠산업에 뛰어들면서 호기심 어린 주목을 받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을 만나 ‘굴뚝’과 ‘디지털’의 결합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킹콩’ 만든 웨타 워크숍 등 4개社와 양해각서
내수위주 국내 콘텐츠산업 창작역량 키울 것
CG 직접 기획-마케팅할 인력 양성기관 시급
“적기에 성장산업에 뛰어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거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문화콘텐츠산업을 대성그룹의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키울 겁니다. 이를 위해 연내에 아시아 최대 컴퓨터그래픽(CG) 스테이션을 만들 계획입니다.”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에서 문화콘텐츠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김영훈(57) 대성그룹 회장이 낸 야심 찬 출사표다.
김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문화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부 민간정책자문기구인 콘텐츠코리아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국가 콘텐츠 산업 전략을 짜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반병희(당시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겸 동아비즈니스리뷰 편집장) 동아일보 산업부장이 지난해 말 김 회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우선 2008년 12월에 1차 활동을 마무리한 콘텐츠코리아의 활동 결과가 궁금하다.
“지난해 12월 18일 콘텐츠코리아 추진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에서 국가 미래의 부를 여는 원동력이 창의성과 감성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Creative Economy)임을 강조했다. 창조경제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콘텐츠산업이다. 국내 콘텐츠산업은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수시장 위주의 유치(幼稚)산업에 머물러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콘텐츠 창작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가장 먼저 제안했다.”
―콘텐츠산업이라고 하면 너무 광범위해 실체가 잘 잡히지 않는다. 영화, 드라마, 게임뿐 아니라 전시 이벤트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될 수 있다. 범위를 좁혀서 정의한다면….
“2006년 다보스포럼 때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따로 모여 식사를 했다. 여기서 향후 가장 유망한 분야를 꼽으라고 했더니 콘텐츠와 포털 순이었다. 그만큼 콘텐츠의 중요성을 모두 높게 인식하고 있다. 요즘 누구 할 것 없이 콘텐츠를 논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 광고, 디자인 작품을 모두 콘텐츠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해 신(新)성장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게 디지털 콘텐츠다.
무엇보다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원 소스 멀티 유스’를 실현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해리 포터’는 오래전부터 소설 형태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소설 속에 그려진 판타지 세계를 영화로 만들기에는 그동안 여러 기술적 제약이 있었다. 이러한 걸림돌을 CG 기술로 없애면서 해리 포터가 어마어마한 문화상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요약하면 전통적인 콘텐츠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이를 여러 방식으로 전달하는 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화콘텐츠산업이다. 다르게 표현해 문화기술(CT)산업이라 부를 수 있다.”
―한국의 앞선 IT 기반을 볼 때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