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청년들에게 암살됐다.
일주일 뒤 동맹국인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친구로 여기고 있던 독일 황제는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를 공격할 경우 ‘헌신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설마 오스트리아가 전쟁을 일으키겠느냐”며 의리 차원에서 밝힌 황제의 지원 약속은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시켰다.》
전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어떤 요인을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국가 간의 패권 경쟁이 원인이라는 시각부터 인간의 본성이 전쟁을 부른다는 심리학적 분석까지 다양하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국제외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1차 세계대전부터 미국의 이라크 공격까지 주요 전쟁을 분석해 지도자의 잘못된 상황 인식이 전쟁의 핵심적인 원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1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이 부과한 재정적 부담과 1920년대 치솟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요인 외에 히틀러의 성격에 주목한다. 공산주의자를 광적으로 싫어했던 히틀러가 이성적이었다면 당시 소련을 정복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며 소련을 공격하더라도 겨울옷도 안 가지고 쳐들어가는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대 민족주의 대 아랍 민족주의’라는 구조적인 요인이 잠복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아랍의 전쟁에서도 지도자 개인이 영향을 미친 사례를 뽑아낸다. 1967년 6월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국경 충돌에 이어 ‘6일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이집트의 아카바 만(灣) 폐쇄다. 저자는 시리아 강경파의 부추김에 넘어간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를 지나 이스라엘까지 이어지는 아카바 만을 폐쇄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가의 지도자가 적의 능력, 의도, 성격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움직였을 때 전쟁이 발생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전쟁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 책들이 나와 있다.
‘전쟁론’(갈무리)은 ‘손자병법’처럼 고전으로 불리는 클라우제비츠(1780∼1831)의 저작이다. 전쟁의 전략적 개념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저자는 전쟁이란 ‘나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행위’라고 정의한다.
‘전쟁의 역사’(책세상)는 기원전 7000년경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전쟁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사령관을 지낸 저자는 전쟁의 방법과 무기의 발달사, 전쟁의 정치·경제적 요인을 분석한다.
‘인간의 역사를 바꾼 전쟁이야기’(풀빛)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전쟁을 역사가의 눈으로 분석한 책이다. 트로이전쟁과 페르시아전쟁, 초나라와 한나라의 전쟁 등 동서양의 전쟁과 그 전쟁들로 인해 촉발된 문명의 교류를 함께 보여준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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