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탄생하는 오바마 행정부는 녹색기술 중심의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는 등 과학기술을 국가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런 정책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에너지 장관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박사를 지명한 데 이어, 최근 백악관 과학기술보좌관 및 과학기술정책국(OSTP) 책임자로 하버드대 교수인 존 홀드런 박사를 지명하고 과학기술팀에 기후변화 전문가를 대거 기용했다.
오바마 당선인의 과학기술 정책기조의 핵심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미국의 경쟁력 강화다. 첫째, 주요 국가전략에서 과학기술정책의 위상 제고이다. 국가발전 및 주요 현안에 과학기술의 역할 및 활용을 강화하고 정책의 실효성과 합리성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과학보좌관의 지위 격상과 수학 과학 교육을 국가 최고 의제로 설정하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하여 정부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려고 한다.
둘째, 과학기술분야 투자 확대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기초과학연구 예산을 앞으로 10년간 2배로 늘리고 과학기술교육 및 인력양성 강화, 연구개발(R&D) 세액공제의 영구화를 주장했다. 특히 조시 W 부시 행정부같이 우주개발 같은 특정 분야에 한정된 투자 확대가 아니라 전 부문에 걸쳐 균형 잡힌 과학기술 투자 및 민간 참여 확대를 제시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실용적인 정책철학을 반영하는 내용으로 주요 공약 사항에 중립적이고 전문성이 강조된 과학기술자문위원회 구성이 포함돼 있다.
셋째, 환경 및 미래 에너지 문제 같은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지향성 강화이다. 최근 발표된 경기부양책의 주요 내용은 앞으로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해 500만 개 일자리 창출 같은 그린 뉴딜 정책(Green New Deal Policy)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 및 신재생에너지 같은 녹색기술에 투자해서 공공문제 해결 및 고용 창출 같은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방향이다.
우리 정책도 오바마 행정부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성장기조로 제시하고 수학 과학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다만 미래 성장동력을 기초연구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에 중점을 두는 점과 IT를 새로운 성장의 촉매로 활용하는 점에 다소 차이가 있다.
‘서두르면 도달하지 못한다(欲速不達)’는 공자의 말을 되새겨야 할 시기이다. 우리가 염원하는 노벨상 수상도 꾸준한 투자와 끈기 있는 연구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볼 때 비로소 과학기술 성과가 경제 전반의 강력한 에너지로 작용한다. 미국처럼 노벨상 수상자의 행정부 입각은 당분간 힘들지만 과학기술인의 통찰력과 식견이 국가전략 및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분위기를 기대해 본다.
이준승 한국과학기술 기획평가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