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중국발 ‘경착륙 충격’ 선제 대응책 마련을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팍스 시니카(Pax Sinica·중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 즉 중국이 지난 30년간 성장률인 연평균 8.5% 이상의 고속성장을 향후 10년간만 더 지속한다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넘어서고 중국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서서히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지금 중국은 공식통계로만 거의 50%에 육박하는 실업률이 경기악화로 인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고, 일자리를 잃은 ‘도시 농민공’들은 거리를 떠돌고 있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극심한 빈부격차는 공산당 체제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며 사회불안의 빌미가 될 소지마저 엿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추세가 개선되기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데 있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서구 민간 연구소들은 중국 GDP에서 50%를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의 악화와 중국은행의 부실대출 문제로 인해 중국발(發)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중국 정부의 높은 재정능력과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내수를 통한 경기부양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성장률도 최소 7%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측은 중국의 성장률에 낀 거품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은 계수상의 조정이 가능하고 특히 GDP에서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지출과 3억 명에 이르는, 하루 소득 1달러 이하의 절대 빈곤층은 경기 회복을 어렵게 하는 주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중국 경기침체가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파다.

현재 다수의 전문가가 전망하는 글로벌 경기의 하반기 회복은 중국의 연착륙을 가정하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이다. 하지만 공장으로서의 중국은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대적인 덤핑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중국은 과거 골디록스(Goldilocks·저물가 속의 고성장)의 주역에서 디플레이션의 주역으로 바뀌는 한편 앞으로 무역전쟁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으로서의 중국은 더욱 심각하다. 저임금을 겨냥하고 중국에 진출했던 임가공 기업들이 철수와 야반도주에 나서면서 단순 임가공에 종사하던 서민층 일자리가 상당수 사라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4조 위안(약 800조 원) 규모에 이르는 경기부양 이후 2차 부양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공산이 크다. 강력한 구조조정 없이 단순히 공공부문에 투자되는 경기부양책은 땜질 처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국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보다는, 경착륙을 가정한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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