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규형]새 核변환기술 육성 발전을

  • 입력 2009년 1월 14일 03시 02분


가이아. 그리스 신화의 ‘대지(大地)의 신’ 이름이다. 영국의 대기과학자인 제임스 러브록 박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지구에서만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냈다. 이산화탄소가 압도적으로 많은 다른 행성과 달리 지구의 대기만이 77%의 질소, 21%의 산소가 존재하는 엄청난 화학적 비(非)평형상태이기 때문이다. 러브록은 지구의 다양한 생명체가 구성하는 안정적인 자가 조절능력을 가진 유기적 메커니즘을 대지의 신의 이름을 따 ‘가이아’라 명했다.

여든이 훨씬 넘은 그는 2006년 ‘가이아의 복수’라는 책에서 인류의 이산화탄소 과잉 생산이 결국 가이아를 파괴해 지구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 경고했다. 인류의 근현대 문명은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러나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은 지구온난화와 환경 재앙이라는 인류문명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다.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산업화에 매진하는 작금의 상황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급격히 증가시킨다. 예일대의 폴 케네디 교수는 16년 전에 ‘21세기 준비’란 책에서 온난화 같은 환경문제는 21세기의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고 예측하고, 정치지도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명박 정부와 미국 버락 오바마 새 정부는 문제를 잘 인식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이산화탄소 배출을 파격적으로 감소시키려 노력한다. 에탄올과 같은 바이오연료나 풍력 수력 태양열 에너지가 대안이다. 보조적 방법으로 효과적이지만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인류가 현대문명을 지탱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기에 역부족이다. 러브록은 대용량의 에너지를 얻으면서 온난화 문제를 비켜갈 유일한 대안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는 핵에너지뿐이라 강조하며 원자력 발전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은 안전성과 방사성폐기물이라는 커다란 결점이 존재한다. 특히 고준위방사성폐기물(HLW)은 컨테이너가 1000년 정도밖에 밀봉을 보장할 수 없다. 한국 같은 인구 고밀도 국가에서는 마땅한 폐기장을 찾기 어렵다. 대안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융합으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핵융합기술인데 아직 상용화가 요원하다. 또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삼중수소를 만들려면 리튬이 필요한데 한정된 매장량을 갖고 있다는 난제가 놓여 있다.

다른 방식은 HLW를 재활용해서 고효율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음과 동시에 좀 더 안전한 중저준위 폐기물로 변환하는 것이다. 친환경적, 지속적, 경제적이며 매우 안전하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얻고 환경문제도 해결하는 꿩 먹고 알 먹고 식의 방식이기에 미국 유럽 일본에서 20여 년 전부터 기술개발에 나섰다. 최근 미국에서 HLW를 없앨 수 있는 습식재처리 기술을 개발했으나 플루토늄을 추출하여 원자탄을 만들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다행히 국내 원자력학계가 원자탄 제조가 불가능한 건식재활용기술을 통한 핵변환기술을 거의 완성하며 이 분야를 선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핵 확산을 억제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국제적 공조와 관리도 용이하다니 금상첨화다. 이처럼 절실한 기술일수록 기술력과 경제성은 물론 핵 비확산성에 대해서까지 국내외적으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석유 확보를 100%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외교적 취약성과 유가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원자력 기술을 육성하는 정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미 한국은 핵에너지를 가장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국가이다. 이제는 현 수준을 뛰어넘는 접근방식을 고려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한국을 위해, 그리고 인류를 위해.

강규형 명지대 교수·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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