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자원과 환경 위기에 돌파구는 있는 것인가. 수소에너지가 답이 될 것이나 바닷물에서 거의 공짜로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과 수송의 난제를 말끔히 해결해 수소경제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아직은 멀다. 20년 뒤 기술상용화가 된다고 해도 150년에 걸쳐 구축된 기존 인프라를 바꾸려면 다시 20년이 걸릴 것이다. 녹색성장의 당면 과제로 탄소경제의 에너지 효율을 더욱더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좀 더 혁신적인 비용-효과적 솔루션은 있는가. 있다. 그것이 바로 그린 이니셔티브의 핵심사업이다. 태양광, 풍력, 퓨얼셀(Fuel Cell), 에너지 저장장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엮는 패키지가 그 대안이다. 이런 프로젝트에 의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명분과 신성장동력화의 실리를 함께 추구한다는 것이 바로 선진국 주도의 그린 레이스(Green Race)의 배경이다.
선진국 기후 프로젝트 선점 경쟁
녹색성장은 기후변화로 상징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자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한 활력소다. 특히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80% 이상인 32개국의 경제성장 저조가 예상된다니 수입의존도 97%인 한국의 대응은 더욱 절박하다. 그런데 그간의 정책이 무색하게도 에너지원단위가 일본의 3배가 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효율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지표로 천명해 추진전략과 과제를 제시하고 나섰으니 일단 그린 레이스에서 뒤지지 않은 출발점에 선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을까. 핵심요소는 리더십, 파트너십, 정책효과, 기술혁신이고 문제는 시간이다. 리더십은 파트너십이 받쳐줘야 유효하다. 기술혁신의 속도는 국가혁신체계(National Innovation System·NIS)의 효율성에 달려 있다. NIS는 아이디어로부터 연구개발, 상용화를 거쳐 경제사회적 이익으로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전 과정을 말한다. 예산 투입이 경제성장을 견인하려면 NIS가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기존의 성적표를 보면 에너지 연구개발 예산은 큰 폭으로 늘어왔으나 결실은 기대 이하였다. 상용화와 시장 진입까지 이어지는 뒷심이 약했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제각각 칸막이로 막혀 미션 중심으로 연구과제를 통합하는 역량이 부족했다. 보고서만 보면 온갖 내용이 컬러풀하게 집대성되어 있지만 실제 성과는 훨씬 못 미쳤다. 녹색기술의 혁신을 위해 그간 계획과 실적 사이의 괴리가 컸던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고 보완 메커니즘을 제시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선진기술과 전면적으로 경쟁할 수 없다면 틈새영역을 개척하는 전략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기존 경쟁력으로 단기간에 올라설 수 있는 분야를 골라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배터리를 비롯한 에너지 저장장치기술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유력한 후보군이라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계획에 들어있는 하이브리드카 100만 대 보급은 실은 우리 실정에 훨씬 잘 맞는다.
틈새영역 개척 위해 노사합심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날을 대비하지 못했던 산업계를 탓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이제라도 노사가 합심해 절박한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신공공외교’의 저자인 벨기에 출신 얀 멜리센의 한국인에 대한 촌평이 생각난다. “한국인은 너무 자기 비판적이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생존을 위해 함께 뛰어야 할 때이다. 온갖 고난을 딛고 고도산업화에 성공한 ‘의지의 한국인’으로서 다시 한번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뛰는 수밖에 길이 없지 않은가.
김명자 객원논설위원·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 mj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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