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의 성패는 1차적으로 국내외 시장과 민생 현장의 신뢰 회복 여부에 달렸다. 신뢰는 말과 정책, 그 추진 수단, 현장관리 능력, 피부에 와 닿는 정책성과가 맞아떨어질 때 생긴다. “외환위기는 없다” “일자리 90만 개를 만들겠다” 같은 말을 앞세우기보다 현장에서 환율 안정과 고용 증대의 성과를 거둘 때 신뢰가 창출된다. 새 경제팀이 과감하게 정책을 펴고 그 시장효과에 대해 직접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외환시장 금융시장은 위기설이 나돌던 작년 9∼11월보다는 호전됐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될 정도다. 실업 대란(大亂)도 시작됐다. 작년 12월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만2000명 줄어 5년 2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금융권 자율에 맡겨져 지지부진한 건설 및 조선업계 구조조정은 정부 책임하에 신속히 추진해야 유동성이 넘쳐도 돈은 돌지 않는 ‘돈맥경화’를 해소할 수 있다. 부도 위기의 기업들을 모두 살리겠다는 잘못된 정책신호를 보내면 기업구조조정 작업만 어려워진다. 부실기업이 제때 정리되지 않으면 모든 기업이 부실기업 취급을 당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새 경제팀이 정책방향을 공유하고 여기에 맞춰 정책 우선순위를 정해야만 시장에 보내는 정부의 메시지가 일관되고 분명해질 수 있다. 1기 경제팀이 양립하기 어려운 성장 위주의 ‘747정책’과 위기 해소를 모두 끌고 가려다 좌초한 데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1기는 무엇보다 팀워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새 경제팀에서 부처간 불협화음이 다시 터져 나오지 않도록 장관들이 조율(調律)을 잘해야 할 것이다.
반면 새 경제팀 핵심이 모두 옛 재무부 출신이다 보니 ‘정책쏠림’ 우려도 제기된다. 정책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현장의 목소리를 더 폭넓고 깊이 있게 들어야 한다. 정합성 높은 정책수단은 현장에서 나온다.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말을 아낄 일이다. 작년에 호된 경험을 했듯이 대통령이 주가지수나 펀드투자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잘못된 일이다. 환율이나 금리 또는 개별기업의 특별한 사정에 관해 함부로 말해서도 안 된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정책방향이나 시장기대와 어긋나면 혼선을 부르고 정부 신뢰를 추락시킨다. 새 경제팀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