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금 18억 원을 놓고 부부간에 벌어진 다툼에서 복권을 산 남편이 승소했다.
A(41) 씨와 옛 부인 B(40) 씨는 2001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결혼식만 올리고 함께 살았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로 갈등을 빚다 2005년 8월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그해 11월 A 씨가 산 로또복권이 1등에 당첨됐다.
신분증이 없던 A 씨는 B 씨를 은행에 데리고 가 당첨금 18억8000만 원을 받아 B 씨의 계좌에 넣어뒀다. 한 달 뒤 A 씨는 아버지 전세 보증금으로 보낼 5000만 원을 내어달라고 했으나 B 씨는 “6억5000만 원을 줄 테니 나머지는 내 돈이라는 공증을 해 달라”며 거부했다.
결국 A 씨는 B 씨를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냈다. 1심 재판부는 “부부가 공동으로 쓸 뜻으로 B 씨에게 당첨금을 맡긴 것으로 봐야 한다”며 10억 원은 A 씨, 8억 원은 B 씨의 몫으로 판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판사 서명수)는 1심과 달리 “A 씨가 B 씨와의 재결합을 바라고 돈을 맡긴 점이 인정되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A 씨가 증여의 뜻으로 당첨금을 B 씨에게 줬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A 씨에게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