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최대실적 거두고도 구조조정 뼈깎는 건설업계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우량건설사도 ‘미분양 사태’ 공포

중동수주도 불안… 유비무환 절실

국내 5대 건설사 중 하나인 GS건설이 20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조2312억 원의 사업을 수주했고 매출 6조8671억 원에 영업이익 4768억 원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그러나 이날 GS건설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무겁기까지 했습니다.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 노력안’까지 내놓아야 할 정도로 건설경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GS건설은 임원의 10%를 줄이고 임원의 성과급과 연봉은 20%를 반납 받을 계획입니다. 구조조정 대상 인원을 예년보다 2배 이상 늘렸고 임원들의 항공료 한도도 크게 낮춰 사장급 임원들도 이제는 해외 출장 때 1등석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성과를 올리고도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하는 건 GS건설만이 아닙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GS건설처럼 대외적으로 발표를 안 할 뿐이지 다른 건설사들도 모두 엄청난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고 최근 건설업계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사업을 수주했지만 조만간 임원의 10%를 줄일 예정입니다. 임금도 임원은 10∼20%를 줄이고 일반 직원들은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대우건설은 임원 수를 126명으로 8명 감축했고 직원들 임금을 동결할 계획입니다.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 좋은 실적을 올리고도 감원이나 임금 동결 등에 나서는 배경에는 지난해 대거 발생한 ‘미분양 사태’가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국내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주택사업 비중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주택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지난해부터 심각한 미분양 및 분양 중도금 연체 사태가 발생했죠.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15만5720채나 됩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유가 하락으로 중동,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전통적으로 우리 건설사들이 활발하게 진출한 나라들의 경제사정이 안 좋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여념이 없는 건설업계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무리한 수주 및 공급 경쟁 등을 버리고 체질 개선에 성공하길 기대해 봅니다.

이세형 경제부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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