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2009 샛별]<끝>여자경보 19세 원샛별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6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걸을래요!” 한국 경보의 샛별 원샛별이 지난해 10월 여수 망마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여고부 1만 m 결승에서 역주하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걸을래요!” 한국 경보의 샛별 원샛별이 지난해 10월 여수 망마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여고부 1만 m 결승에서 역주하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6개월새 한국新 2개 경보지존 김미정 추월

다음 달 상지여고를 졸업하는 19세 소녀의 얼굴에는 주근깨가 가득했다.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걷고 또 걸은 훈장이다.

한국 여자 경보의 샛별 원샛별(부천시청)은 자신을 ‘깨순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여수 망마경기장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경보 여자 고등부 1만 m 결승에서 44분57초89로 우승했다.

자신이 4월 춘계전국중고육상경기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45분00초23)을 6개월 만에 2.34초 앞당겼다.

원샛별은 당시 ‘여자 경보의 지존’이라 불린 김미정(30·울산시청)이 5년 만에 한국기록을 세운 지 나흘 만에 다시 기록을 앞당겨 육상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상지여중 시절부터 원샛별을 지도해온 정만화 상지여고 감독은 “샛별이가 체계적인 훈련과 경험을 쌓으면 세계대회 메달권 진입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원샛별은 2007년 잊지 못할 해프닝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는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제5회 세계청소년육상선수권 5000m 경보에서 4위와 큰 격차를 벌이며 3위로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원샛별은 잠시 착각했다. 1위 선수가 한 바퀴 앞섰다는 사실을 모르고 1위에 이어 레이스를 끝내버린 것. 뒤늦게 이를 알았을 때는 이미 실격된 뒤였다. 청소년과 성인을 통틀어 경보 부문에서 사상 최초로 톱3에 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너무 속상했죠. 경기장에 쓰러져 한참 울었어요. 그때 동메달을 땄다면 ‘육상의 김연아’가 돼 있을 거예요.”

하지만 원샛별은 한 번 실수는 나중에 보약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현재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경기장에서 부천시청 소속 선배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성인 무대 종목인 20km 데뷔를 위한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골칫거리였던 골반 부상도 말끔히 나았다.

원샛별에게는 가야 할 길이 멀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2011년 대구육상세계선수권,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그는 가장 빨리 걷는 별을 꿈꾼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한 육상,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을까.

“해마다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안 한 적이 없어요.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뒤 마음을 다잡았죠.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없음을 알게 됐거든요.”

원샛별은 “경보 선수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일찍 결혼해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원샛별은 누구? △생년월일=1990년 4월 8일 △체격=159cm, 48kg △가족=아버지 원장순-어머니 배명숙 씨의 장녀 △혈액형=A형 △출신학교=원주 소초초등학교-상지여중-상지여고(2월 졸업 예정) △소속팀=부천시청 △별명=애늙은이, 깨순이 △취미=영화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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