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준기]새 내각 정책신뢰 회복을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7분


이명박(MB)정부가 19일 경제팀을 중심으로 한 중폭 개각을 단행하면서 집권 2년차 진용을 갖췄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회 위원장,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교체하면서 전문성과 실전경험을 보유한 ‘실무형’ 인사를 전진 배치했다. 또 국정원장과 총리실 국무차장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등의 주요 요직에 핵심 측근이 포진하면서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정부의 의지를 부각했다. 정치권에서는 소외감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으나 세간에서는 오히려 뒤늦은 개각인데도 ‘드림팀’, ‘위기 대응팀’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MB정부의 새로운 내각에 거는 기대는 무엇일까. 그것은 당파적 권력 다툼에 몰두하는 정치권과 대안 없이 문제만을 제기하는 ‘악플러’에 의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사회 위기를 극복하라는 맨데이트(mandate)에서 시작된다.

세계적으로 경제규모는 13위, 수출규모는 10위라는 높은 국가경쟁력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너무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바 있다. 혹자는 정부의 소통 문제를 지적하고 일부는 과장된 언론 보도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급속하게 다원화된 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불협화음이 아닌,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로 연출되기 위해서는 이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지휘자가 필요한 것처럼 새로운 내각은 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새로운 내각이 통합적 리더십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왜냐하면 MB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하였고 안으로는 정치력 부재로 내부 조율에 실패하면서 사회주체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했다. 그 결과 오늘날 한국 경제는 그 근간부터 흔들리게 되었으며 사회 분열은 더욱 심화됐다. 따라서 금융과 실물경제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이 시점에서 정부는 가장 먼저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새 경제팀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정책 방향을 구성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향타’ 역할과 성장의 출력을 높이는 ‘보조 엔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정부는 정책방향을 공유하고 정책 어젠다를 새롭게 정립하면서 정책 집행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내각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다. 국정의 최고 의사결정자인 대통령은 개혁 어젠다의 거시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하되 이들의 개혁에 최대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부동산 위기로 시작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드림팀’ 수준의 내각 인선을 통하여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과 국민 통합을 위한 길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MB정부의 개각이 미국의 ‘드림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MB정부는 지난 1년여간의 과오를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정권교체의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내각은 사회 전반의 신뢰를 회복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진작하는 사회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실업의 고통과 기업 구조조정의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이들이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보루이기 때문이다.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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