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300명 미만 중소기업은 투자세액공제나 중소기업 구조개선자금 지원 등 각종 혜택이 크지만 300명 이상이 되면 모두 없어진다. 정부 지원을 계속 받으려면 회사를 확장하거나 일자리를 창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993년 당시 5만6472개 중소기업 중 2003년까지 종업원 500명 이상 회사로 성장한 기업은 8개에 그쳤다. 지금과 같은 중소기업 정책 환경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다.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사전(事前) 규제의 폐해도 심각하다. 자산 5조 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계열회사 간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각종 ‘족쇄’가 생긴다. 10조 원을 넘으면 추가로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을 받는다. 실제로 자산규모가 제한선 근처에 육박하면 규제를 피하려고 성장을 자제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경영을 잘해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규제와 사회적 분위기 탓에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위 안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1995년 12개사에서 2007년 14개사로 두 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2개사에서 24개사로 급증했다. 2007년 기준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의 자산은 평균 2조 원으로 세계 500대 기업의 평균자산 8조7000억 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경쟁과 기술혁신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 고용을 늘리는 기업이 혜택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불이익이 커지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중진국이나 후진국이 개발도상국 보호를 받겠다고 선진국이 안 되려고 버티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퇴행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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