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100년 갈 한국기업 없다’가 틀린 예측 되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네요.”

16일 삼성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와 21일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대대적 조직 개편이 실시된 직후 기자와 만난 삼성의 한 고위임원은 이렇게 토로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생존하려는 처절한 변신의 몸부림을 하고 있지만 반도체 신화, 애니콜(휴대전화) 신화의 뒤를 이을 ‘새로운 신화’ 찾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한국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의 이런 고민은 한국기업 전체의 숙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한국기업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통계나 전망을 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작성한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기업은 2000년 12개에서 2008년 15개로 3개 느는 데 그쳤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국은 12개에서 30개로 18개나 증가했다. 2008년 500대 기업 명단만 봐도 일본은 한국의 4배가 넘는 64개 기업이 올라 있다.

미국의 리서치업체 이노베스트와 캐나다 경제전문지 코퍼릿나이츠가 2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이 높은 100대 기업 명단’은 더 충격적이다.

20개 기업이 포함된 미국이 1위였고, 영국(19개) 일본(15개) 프랑스(8개) 독일(7개) 순이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이른바 ‘100년 갈 100대 회사’에 1개도 포함되지 못했다.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 기업의 미래가 장밋빛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1, 2차 오일 쇼크와 외환위기까지 이겨낸 한국 기업의 저력 또한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들은 “한국이 현재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전화 등은 모두 미국 유럽 일본 회사들이 태동시킨 품목들인데 한국이 ‘역전승’을 이뤄낸 것들”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역전 드라마를 보여줄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의지이다.

지난해 방영된 ‘가능성의 나라, 대한민국’이란 제목의 한 공익광고를 보면 ‘6·25전쟁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100년이 걸릴 것’이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예측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도 들지 못할 것’이란 미국 USA투데이의 전망도 모두 틀렸다.

‘100년 갈 기업이 한국에는 1개도 없다’는 전망 역시 잘못된 것으로 판정나길 바란다. 그럴 날이 오도록 하는 원동력은 당연히 한국 기업들의 피와 땀일 것이다.

부형권 산업부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