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지역과 같이 도심에서 이뤄지는 재개발은 일반적인 주택재개발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토지와 건물 소유자와 이용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권리금이라고 하는 복잡한 관계가 관례적으로 형성되어 있어 보상의 대상과 범위가 매우 복잡하다. 이들 지역은 땅값은 비싸지만 기반시설이 취약하므로 재개발 시 공공시설용지를 내놓고 나면 대규모 토지 소유자가 아닐 경우 토지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재정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공재정의 투입 없이 민간자본으로만 사업을 하다 보니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이 빈번히 일어나고 공익성보다는 수익성을 우선시하게 된다. 여기에 도심 재개발사업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서 투기적 목적이나 보상을 노리는 사람의 개입이 늘다 보니 사업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열악해졌다. 보상에 드는 비용이 늘어난 데다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하는 개발 기준이 높아져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자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일이 수익성 보전에 매우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개발사업은 사업 완공 후 재정착이나 지역 환경보다는 사업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조합원은 재개발사업이 착공되면 지분을 팔고 떠나간다. 세입자의 경우에는 임차료가 높아져 재정착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사업자도 마찬가지이다. 최대한 빠른 기간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일반분양 물량을 처분하는 일이 목적이다. 재개발사업이 완료되었을 때 남을 주인은 없고 모두가 객이 되는 셈이다.
세계 어느 국가를 보아도 우리나라처럼 재개발사업을 단기간에 추진하는 경우는 없다. 최소 10년에서 20년 정도 소요된다. 선진국에서는 왜 그렇게 재개발사업에 오랜 시간이 걸릴까? 설득과 합의를 위한 과정이 있어서다. 관계자가 많을수록 합의점을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개별 필지 단위로 이루어지는 재개발사업일지라도 지역경제 차원에서 취급되어 해당 지자체가 공익 차원에서 개입하고 참여한다.
우리나라 사업자는 이런 합의를 도출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지자체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소통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얻는 편익은 재무적 손익 이상으로 매우 크다. 우선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투기꾼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다. 또한 지역주민과 협의하고 재정착률을 높이는 재개발은 결국 지역경제를 회생시키는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 도심재생 사례를 보자. 자그마치 10년에 걸쳐 1000회 이상의 지역주민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또 지역 거주민의 대부분이 해당 지역에 재정착하여 살고 있다.
극렬한 투쟁 방식을 옹호하면 곤란하지만 용산 참사의 원인은 우리가 이런 과정을 간과하고 소홀히 한 데 있지 않을까? 외국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외형이 아닌 내면적인 사업 구조와 내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선진국에서 공공 참여 및 민관 공동시행 방식의 재개발 사업이 점차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 재개발조합, 사업시행자가 재개발제도에 대해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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