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마이너스 자체가 아니라 마이너스 폭이 얼마나 될지, 마이너스 기간은 얼마나 지속될지, 그리고 마이너스 기간이 지나면 큰 폭의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을지가 주된 관심거리다. 가장 바라는 경우는 마이너스 폭이 작고, 짧은 마이너스 기간 이후에 큰 폭의 플러스를 기록하는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최상의 조합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마이너스의 폭과 기간, 플러스 반등 정도 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가지 모두가 우리 스스로 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금리인하-재정확대 최상인가
무엇보다 우리 힘으로 마이너스 기간을 대폭 줄이기가 쉽지 않다. 마이너스 기간은 세계 경제의 불황 기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이는 우리 힘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마이너스 기간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금리를 한없이 내리고 재정을 끝없이 쏟아 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리를 내리는 경우 한국 금융시장의 개방정도를 고려해야 하고, 재정을 쏟아 붓는 경우 한국 경제의 디딤돌 중 하나인 재정건전성을 고려해야 한다.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은 세 가지 변수를 우리 힘으로 좋게 만들기는 어려워도 나쁘게 만들 수는 있다는 점이다. 경제 원리로 판단할 때 마이너스 폭을 줄이려는 과도한 노력은 오히려 마이너스 기간을 늘릴 확률이 높다. 오늘날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로 허우적거리게 된 것도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이후에 나타난 마이너스 기간을 단축하고자 대폭적 저금리정책을 실시한 데 기인한 바 크다. 마이너스를 줄이려는 인위적인 노력이 플러스 강도를 낮게 할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 세계경기 침체기에 우리는 마이너스를 지나치게 두려워한 나머지 신용카드 남발로 내수를 과도하게 부추기다가 세계 경제 회복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었다.
그러나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역량에 따라서는 마이너스의 폭이 넓을 때 오히려 플러스의 강도를 높일 수도 있다. 큰 폭의 마이너스 상황이 부실한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켜 건실한 기업들이 경쟁력을 더 가지게 할 수도 있다. 플러스 시대의 타성을 방패 삼아 무대 뒤에 가려져 있던 각종 비효율을 찾아내 제거하고, 특히 한국 사회에 만연한 학벌 버블과 기대 버블을 깨뜨리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미래의 먹을거리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면 더 큰 폭의 장기적 플러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면서 동시에 공동체에 꼭 필요한 삶의 질 안전망을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경제시스템 개혁 기회로 삼자
누구도 마이너스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너스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마이너스의 폭을 줄이려는 과도한 노력은 결국 마이너스 기간을 길어지게 하고 플러스 기회가 와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시스템 리스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마이너스 폭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고 마이너스 기간을 경제시스템 개혁 기회로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마이너스를 두려워하지 않는 구조조정과 사회안전망 정비라는 시스템 개혁 덕분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공포의 마이너스시대를 멋진 플러스시대로 만들어내는 미다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석훈 객원논설위원·성신여대 교수·경제학
shkang@sungshin.ac.kr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