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상근]서비스 산업으로 내수시장 키우자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45분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작년 11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우리 수출은 올 1월 들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2.8%나 감소했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 위축은 수출시장의 상실로 연결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마저 무너진 셈이다. 경제의 양축인 내수와 수출 모두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

건설업보다 큰 고용창출 효과

이를 입증하듯 이달 3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작년 11월 전망에 비해 무려 6%포인트나 낮춰 주요 20개국(G20) 중에 가장 낮은 ―4%로 전망했다. 세계경제성장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치인 0.5%로 정체되면서 세계 교역량이 2.8%나 감소해 한국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판단했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63.5%나 차지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추락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이유를 들었다.

홍콩은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을 4%포인트만 하향조정했고 내수시장이 큰 중국이나 인도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진 않고 있다. 바꿔 말해 내수부진이 회복될 가능성이 적어 한쪽 날개가 이미 꺾인 상황에서 세계 경제 위축으로 수출이란 남은 날개마저 꺾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경기가 좋을 때는 성장엔진으로 수출이 효자노릇을 해왔지만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침체되면 내수가 취약한 한국 경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풍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벗어나 내수시장을 키워 경제의 안전망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엔진이 하나(수출)만 탑재된 KF-16 전투기가 1997년과 2002년에 3대나 엔진 고장으로 추락했을 때 엔진이 2대(내수와 수출)가 있는 F-15K 전투기였더라면 엔진 하나(수출)가 고장이 났어도 나머지 엔진 하나(내수)로 무사히 착륙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남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수시장이 크게 성장하기 어려운 점으로 일부 서비스 부문의 취약한 경쟁력을 지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년 교육 연수로 인한 서비스수지 적자는 무려 44억2000만 달러에 달해 한 해 동안 상품을 팔아 어렵게 벌어들인 상품수지 흑자의 73.7%를 해외로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내수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외 소비자의 눈길을 우리나라로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의료 관광 레저 법률 금융과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제도 개선,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국내 서비스업이 발전하면 내수시장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장점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서비스업에 10억 원의 최종 수요가 발생하면 18.4명의 취업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10.1명보다 8명 이상 많고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건설업의 16.6명보다도 많다. 따라서 서비스업 발전을 통한 내수시장 확대는 경제의 안전망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내수주도의 성장을 통해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성장엔진 내수-수출 쌍끌이로

그렇다고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인 수출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수출제품과 같이 내수산업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중장기적으로 수출에만 의존하는 외끌이 경제에서 내수와 수출이 조화로운 쌍끌이 경제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실현할 수 있고 ‘고용 없는 성장’을 넘어 양질의 일자리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수와 수출의 균형 잡힌 양 날개를 펼쳐 한국 경제가 비상할 수 있도록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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