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 피의자 강호순(39) 씨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인터넷 팬카페가 2일 생겨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카페를 개설한 사람의 아이디는 'Greatkiller'. 그는 "살인범의 인권도 피해자의 인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카페 게시판에는 사형제 폐지 및 살인자의 인권 옹호에 관한 글과 '강호순은 영웅이다', '강호순을 존경한다' 등과 같은 어이없는 내용의 글까지 올라와 있다.
이 카페의 회원은 5일 현재 1만 8000명이다. 이 카페에 직접 들어가보니 회원의 대부분은 카페 개설을 비판하기 위해 가입한 것이었다.
한 누리꾼은 게시판에 "카페에 등록해야 의견을 게재할 수 있어 가입한 것 뿐"이라며 "도대체 제 정신이냐. 카페를 폐지하라"고 항의했다. 게시판에 올라있는 글 4000여 건 가운데 80% 이상이 카페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비난이 비등해지자 카페 개설자는 5일 오후 공지사항을 통해 "범죄자의 인권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으나 이토록 많은 돌팔매질을 불러올 줄 몰랐다"며 "타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자에게는 인권이 없어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설자는 카페 폐쇄에 대해서는 "범죄인들의 인권에 대해 고민해보는 차원에서 카페는 존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개설자의 말만 듣는다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올리면서 유족의 아픔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했을까 하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기자가 만난 유족들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괴로워했다. 피해자 김모(당시 48세) 씨의 남편 A(56) 씨는 "집안 곳곳에 아내가 공들여 가꾼 흔적이 배어 있어 30년 만에 장만한 이 집에서 더는 살지 못할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유족들은 엄마, 딸, 누이가 실종된 뒤 수년 간을 지옥 속에서 살아왔다. 강 씨가 잡혔다고 그들의 고통이 끝난 것이 아니다. 유족들은 "평생 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할 것"이라며 울었다.
팬 카페를 만드는 것 자체는 개인의 자유다. 범죄자의 인권에 대해 토론의 장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강 씨의 인권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족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엄청난 충격에 뺘져 있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에도 신중해야 하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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