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북한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북한이 대결 쪽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섣부른 도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도 많다. 남북관계에서만 보더라도 이제는 북한이 칼을 빼들어도 맘껏 휘두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스스로 접어야 했던 개성공단 협박
개성공단이 대표적 사례다. 북한은 지난해 우리 측의 개성공단 상주 규모를 줄이고 군사분계선 통행인원을 제한하는 일방적 조치로 남북관계를 냉각시켰다. 북한 군부가 전면에 나와 설치면서 개성공단 폐쇄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무성했다. 그러나 그 뒤 개성공단은 오히려 규모가 커졌다.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를 2300명이나 늘렸다. 우리 기업이 원하는 20∼30대 젊은 층이 아니라 40대 여성이어서 숙련도와 생산성에 차질을 빚기는 했지만 개성공단 유지가 북한의 본심(本心)임을 읽기에는 충분하다.
북한이라고 항상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 북한도 어느덧 성분(性分)이라는 정치적 잣대 대신 소득과 소비 수준에 따라 상층, 중간층, 하층으로 구분되는 사회로 변했다. ‘쌀밥에 돼지고기 먹는 사람’은 상층, ‘쌀밥 아니면 강냉이밥이라도 먹고 사는 사람’은 중간층, ‘죽 먹는 날도 있고 밥 먹는 날도 있고, 풀죽이나 이어먹는 사람’은 하층이다(통일연구원 발행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 지배세력이 아무리 독하게 맘을 먹어도 3만8000여 명의 개성공단 근로자가 매년 벌어들이는 4000여만 달러를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 북한에 닥친 새로운 한계다.
북한은 심지어 미사용 핵연료봉까지 매물로 내놨다. 우리 대표단에 연료봉을 보여주고 사진촬영도 허용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불러 정부가 일단 묵살하기로 했지만 북한이 남한을 돈줄로 여기지 않는다면 그런 제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협박이 먹혀들지 않자 무력 도발 카드로 방향을 바꿨지만 이 또한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 북한의 첫 번째 두 번째 서해도발 때는 남한에 북을 포용하지 못해 안달이 난 정부가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의 도발 다음 해 평양으로 달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끌어안았으나 2년 뒤 한일 월드컵 때 뒤통수를 맞았다. 그래 놓고도 변변한 사과조차 받아내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북이 핵실험까지 했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김 위원장의 손을 잡았다.
북한은 자신들이 저지른 도발에 대해 별다른 부담이 없었기에 앞서 두 차례와 같은 상황 전개를 예상하면서 3번째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됐다. 북이 3번째 도발을 한다면 남한 여론은 차갑게 식을 게 뻔하다.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부들처럼 여론을 거스르지도 않을 것이다.
외부發훈풍 사라질 걸 걱정하라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북한은 미국의 새 정부 출범을 호기로 보고 장난을 치려 하지만 오바마는 첫 대북 조치로 3개 북한기업에 대한 제재를 선택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알려지자마자 “도발적인 행위가 될 것”이라며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고 분명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북한 내부 형편을 봐도, 남한과 미국의 예상되는 대응을 고려해도 북한의 3번째 도발 카드는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북한이 판세를 잘못 읽고 실제로 행동에 돌입한다면 외부에서 불어올 훈풍을 영영 차단하는 치명적인 자해행위가 될 것이다. 북한은 자신의 선택에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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