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어라운드 성공은 60%가 사람관리에 달려
변화 당위성 심어주고… 마음 움직이고…
역량 이끌어내고… 적재적소에 인력 배치해야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지난 분기 성적표를 받아 쥐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운 계절이다.
그러나 많은 CEO는 위기를 기회 삼아 실적개선(턴어라운드)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지난달 9일 턴어라운드 전문가로 꼽히는 베인&컴퍼니코리아 김연희(45·여·사진·디렉터) 대표를 만나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방법론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해외 경영대학원을 나오지 않은 ‘토종’ 컨설턴트로는 드물게 베인&컴퍼니 아시아지역 최초의 여성 디렉터가 됐다.
○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비결은 ‘사람 관리’
―턴어라운드란 무엇인가.
“턴어라운드는 망해가는 기업을 되살려내는 ‘기업 회생’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사실 그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갖고 있다. △잘나가는 기업이 한 계단 도약하기 위한 과정 △안정적으로 성장 중인 회사가 성장률을 더 높이기 위한 실적 개선 과정 △재무성과가 안 좋아 퇴출 위기에 놓인 기업을 살려내는 과정으로 나뉜다. 퇴출 위기에 놓인 기업이라면 이미 조직원들 사이에 위기의식이 공유돼 있으므로 굳이 턴어라운드의 당위성을 설득할 필요는 없다. 단지 조직원들에 ‘어떻게(how)’ 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려야 한다. 반면 잘나가는 기업이라면 조직원들에게 턴어라운드가 ‘왜(why)’ 필요한지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조직원들은 ‘이미 성과가 좋은데 무슨 턴어라운드냐’며 과거의 업무 방식을 고수하기 쉽기 때문이다.”
―턴어라운드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가장 먼저 CEO와 주주 등으로 변화를 이끌 핵심 멤버를 구성해야 한다. 이들이 턴어라운드 이후 도달하게 될 모습(point of arrival)이 뭔지 구체화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에 적극적인 조직원들을 전체 조직원 가운데 3분의 1 이상 확보해 합의를 구하고 의지를 다져야 한다. 그 다음 턴어라운드를 본격적으로 실행할 팀을 꾸리면 된다. 턴어라운드를 실행하고 서너 달이 지나면 조직원들이 단기적 성과를 내게 해야 한다. 1년 반 동안 ‘짧고 굵게’ 턴어라운드를 실행하는 게 이상적이다. 더 길어지면 조직에 피로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조직원이 지치지 않도록 중간 중간에 ‘맛보기’로 단기적 성과를 내게 해야 동기부여가 된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턴어라운드 전략이 어떻게 달라지나.
“경기불황 같은 외부 환경보다 기업이 처한 내부 상황에 따른 ‘맞춤형 처방’이 중요하다. △자사가 속한 산업이 경기에 민감한 산업(건설, 부동산, 금융 등)인지, 경기에 덜 민감한 산업(필수 소비재, 에너지 등)인지 △해당 산업에서 자사가 선두주자인지, 후발주자인지 △빚이 많은지, 현금이 많은지에 따라 총 8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에 민감한 산업에 속해 있는데 시장의 리더인 데다 현금이 많은 기업이라면 불황기에 후발주자 몇 개 정도는 떨어져 나갈 것이므로 후발주자들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써서 시장점유율을 더욱 늘릴 수 있다.”
―턴어라운드 성공을 위해 CEO에게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턴어라운드 과정의 50∼60%는 ‘사람 관리’다. CEO에겐 조직원들의 심리상태를 잘 읽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직원에게 변화에 대한 당위성을 심어주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역량을 이끌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알아야 한다. 또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모든 조직원이 한 명의 리더를 바라보도록 하는 ‘싱글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룹의 회장이 각 계열사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고 전권을 CEO 한 사람에게 위임하는 게 효과적이다.”
○ 슈퍼우먼이 되려 하지 말라
―여성으로서 아내와 엄마, 딸, 며느리 역할을 하면서 회사의 대표에까지 오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직장 여성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여성으로서 주어진 모든 역할을 다 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 하려고 하지 마라. 자신이 포기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보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만약 컨설턴트를 하면서 엄마로서도 충실하고 싶다면 남들이 승진하는 데 3년 걸린다고 할 때 자신은 5년을 기대하는 게 현실적이다. 나는 남편이 내 커리어를 존중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결혼했다. 올해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되는데 작년에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는 엄마의 정보력이 가장 중요하다는데 나는 그렇게 못 키우겠다고 생각했다. 일에서의 성공과 자식에 대한 부모로서의 욕심은 일종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충관계)라고 생각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 김연희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및 석사 출신으로 앤더슨컨설팅을 거쳐 1992년 베인&컴퍼니에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매각 은행 회생 프로젝트를 담당한 턴어라운드 전문가다. 2002년 글로벌 컨설팅업계 최초로 한국에서 여성 파트너로 선임된 데 이어 지난달 5일 베인&컴퍼니 아시아지역 최초의 여성 디렉터(대표)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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