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원인으로 매우 다양한 이론이 알려져 있는데 현재까지는 도파민 결핍 가설(dopamine deficiency hypothesis)이 비교적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최상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도파민 결핍을 보완하려면 도파민성의 중추신경 흥분약이 첫 번째 선택인 셈이다.
모든 중추신경 흥분약은 집중력을 단기간에, 탁월하게 향상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가미카제 특공대에게 히로뽕을 투여한 뒤 흥분한 상태에서 임무에 나서게 만든 일을 들 수 있다. 국내에서 ADHD의 처방이 가능한 약은 메틸페니데이트가 유일하다. 현재까지의 치료 약물 중에서 객관적으로 가장 효능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ADHD 환자가 아닌 청소년이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하면 집중력을 강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복용 빈도수가 늘어나면 내성이 생기므로 더 많은 양의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해야 집중력이 강화된다. 그렇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불면, 식욕 감퇴, 체중 감소, 복통,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정상적인 청소년이 메틸페니데이트를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이해하거나 그렇게 이해시키려는 시도가 있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이 약은 ADHD 환자가 아닌 청소년에게는 순간적인 집중력 강화 효과를 나타낼 뿐이다.
다른 장기와는 달리 뇌신경 세포는 재생 능력이 없다. 뇌는 외부의 자극(독성 물질에 대한 노출 포함)에 대해 일정한 적응 기간이 지나면 궁극적으로 신경세포 사이의 균형이 깨져 정신신경학적인 손상을 입는다. 정도가 심하면 신경세포가 죽는다. 즉 약물의존성으로 내성이 생기고, 복용을 중단하면 금단 현상이 오며, 탐닉(심한 중독) 현상이 계속되면 파킨슨병에서처럼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사멸한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이와 같은 중추신경 흥분약에 의존하면(중독되면) 학습기억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공부를 잘하게 하는 약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공부를 못하게 하는 약이 되는 셈이다.
말 그대로 공부를 잘하게 하는 약은 없을까? 불행하게도 부작용 없이 집중력을 강화시키거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효과가 탁월한 약은 그만큼의 독성 또는 유해 작용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약은 독이란 말이 나온다. 올바른 용도에 올바른 용량으로 적용했을 때만 약이 된다.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장기적인 안목의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 올바른 마음가짐과 의욕적인 정신 자세가 공부 잘하게 하는 약 이상으로 필요하다. 뇌신경세포의 피로를 최소화하는 방법 이외에 공짜로 공부 잘하게 하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청소년의 무분별한 약물 오남용이 건강 및 신체 발달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나아가서는 정신신경 의과학적 및 사회학적인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범국가적인 철저한 교육과 대처 방안이 시급히 요망된다.
김형춘 강원대 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