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끝내 기업회생 절차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운명이었던 쌍용차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회생 절차를 밟는 동안 독자생존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자생력 있는 회사로 거듭나지 않으면 ‘청산’될 가능성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점에서 쌍용차의 진짜 고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첫 단추를 끼우는 날부터 쌍용차는 삐걱거렸다. 노사 간 불협화음 탓이다.
쌍용차 노조는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환영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유일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함께 공동 법정관리인으로 임명한 박영태 쌍용차 상무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회사를 말아먹은 인물이 어떻게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쌍용차에서 재무, 회계, 기획을 총괄했던 박 상무는 대주주 상하이자동차의 투자약속 불이행과 기술유출을 방조한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파탄의 주범인 박 상무가 아무런 사과도 표시하지 않고 구조조정부터 입에 올린다. 마치 저승사자 같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박 상무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노조의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다. 쌍용차 고위간부들에게서 이번 사태를 자성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다독이며 함께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무조건 안 된다는 노조 역시 공감을 얻긴 힘들다. 쌍용차 살리기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지역 주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이고, 특히 쌍용차의 회생을 지원하겠다고 똘똘 뭉친 500여 납품업체를 좌절시키는 일이다.
협력사들은 지금도 결제를 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도 납품을 계속하고, 은행을 찾아다니며 쌍용차의 신차개발자금 대출을 호소하고 있다.
한 납품업체 대표는 “쌍용차 직원의 임금 3분의 1 수준만 받던 우리 직원들이 그것마저 절반으로 줄어 생계를 겨우 잇고 있다. 구조조정은 안 된다는 노조 얘기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번 결정을 발표하면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은 말 그대로 회생 절차를 개시하는 것뿐이고, 쌍용차의 회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쌍용차 노사는 자체적인 자구노력이 미흡할 경우에 언제든지 회생 절차가 폐기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혜승 산업부 fineda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