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이 먼저 성숙을 보여 주세요” “너나 잘하세요” “자기들은 인터넷모욕죄 반대하면서…”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들이 하면 불륜” 같은 비아냥이 민노총의 행태를 족집게처럼 집어냈다. 성폭력을 저지른 민노총 간부를 ‘성폭력 열사’로 부른 누리꾼도 있었다. 과격단체들이 폭력시위 사망자에게 걸핏하면 붙여주는 ‘열사’ 호칭에 빗댄 것이다. 5일부터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이런 글은 어제까지 나흘간 무려 1000건 가까이 됐다. 6일 229건, 7일 342건에 이어 어제도 300건에 달했다.
▷이번 파문의 초점은 민노총의 도덕성 상실에 있다. 일반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민노총 조합원 다수도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할 정도다. 조합원들은 “민노총의 이름으로 거리를 누비며 투쟁한 것이 이렇게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고 실망과 분노를 나타냈다. 민노총의 강령 및 옆얼굴 셋을 겹쳐놓은 모양의 상징마크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뜻이 담겨 있다고 그들은 설명한다. 그런 단체의 핵심간부가 전교조 소속 여교사를, 그것도 이석행(구속 수감 중) 위원장을 자신의 집에 숨겨준 소위 ‘투쟁 동지’에게 몹쓸 짓을 했다.
▷이번 사건은 작년 12월 6일 발생한 이후 대국민사과까지 2개월이나 걸렸다. 민노총 측이 범인은닉 혐의를 혼자 뒤집어쓰도록 피해자를 어르고 달랬다니 어이가 없다. 그러면서도 내부 파벌 간 암투 탓인지 소문은 소문대로 났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는커녕 내분(內紛)에 이용하려 들었다면 개탄할 일이다. 전교조는 또 왜 침묵을 지켰을까. 민노총, 전교조 모두가 스스로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그들의 도덕성에 입은 상처는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