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대부인 대슐 내정자의 장관 지명을 포기한 것은 도덕성이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실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대슐의 경우는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가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공직자 검증 과정이 철저해 자식이 고위 공직자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유치원 때부터 자기관리를 철저히 시켜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출세보다 자신의 명예나 가족의 사생활 보호를 더 중요시해 고위 공직을 포기한 예도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 후보자는 “논문 중복 게재는 사실이 아니거나 행정착오이고, 증여세는 탈루한 적이 없고, 자녀 위장전입은 취학 편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죄송하다’며 인정한 것은 12건의 교통법규 위반 정도다. 원 후보자도 부동산 투기와 세금 탈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이런 것들에는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의혹이 많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이들이 부적격자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실망하는 국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장관의 도덕성은 저울에 올려놓고 달아볼 수도 없다. 능력은 있지만 도덕성이 약간 떨어지는 사람과 그 반대인 사람 중에 누가 더 나은 장관감이라고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도덕성만 따지자면 자식도 재산도 없는 성직자만이 장관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9년 동안 실시한 인사청문회와 선진국 사례를 분석해 장관의 도덕성 기준을 만들면 어떨까. 선진국 인사청문회에서는 공인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정직한 세금납부’를 꼽는 경향이 있다. 소관 업무와 관련된 부정 비리가 있어도 장관 부적격자로 봐야 할 것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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