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창준]‘문화재 참화’ 되풀이 않도록…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지난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0일 우리는 600여 년을 겨레의 역사와 함께 숨쉬던 숭례문이 화재로 무참히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현장에 출동한 온갖 소방장비가 화마 앞에 무용지물이 됐고 결국 숭례문 문루가 타오르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본 국민은 문화재청에 엄중한 질책을 보냈다. 정말 죄송스럽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청은 목조문화재의 방재 환경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미흡했던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했다. 먼저 지난해부터 궁궐과 왕릉을 비롯한 국보 보물 목조문화재를 대상으로 방화 감시 및 화재 발생 시 신속히 진화할 수 있는 경비인력을 배치하고 침입 감시와 화재 감지, 소화시설 설치 등 방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전반으로 확대하여 경비인력 배치는 2010년에, 방재설비 설치는 2012년에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산림의 사찰 주변에는 방화선을 구축하여 산불 대비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또 유사시 문화재 관리자가 침착히 대응하도록 맞춤형 매뉴얼을 마련하고 소방관용 화재진압 매뉴얼도 소방방재청과 함께 마련했다. 제도적으로는 문화재 방화관리자 선임, 옥외소화전 등 소화설비와 자동화재 속보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방화 등 고의적인 문화재 훼손은 가중처벌을 규정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숭례문과 함께 서울 도성의 관문인 흥인지문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내부에 화재위험요인을 완전히 제거하고 주야 24시간 경계근무를 통해 외부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또한 폐쇄회로(CC)TV와 적외선 침입감지장치 등 자동감지경보설비를 설치해 유사시 경찰서와 소방서에 자동으로 통보되도록 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소방분야 전문직원을 처음 채용하고 산림청 소방방재청 한국가스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전문기관과 협약을 체결하여 문화재 시설물을 합동으로 점검하는 등 문화재 방재의 전문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이런 노력이 당장 효과로 나타나기 어려운 문제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화재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방재 예산을 지원해도 지방예산 편성이 늦어지고 있다.

때늦은 감이 있으나 숭례문 화재는 미흡했던 문화재 소방안전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계기가 됐다. 문화재 보호가 중요함을 국민들이 새삼 인식함으로써 무형의 정신적 자산도 크게 성장시켰다. 그러나 어떤 시스템보다 중요한 요인이 문화재 소유자와 관리단체의 안전 의식이다. 문화재청은 이제 부끄러움과 자책감을 넘어 숭례문 화재가 남긴 교훈을 깊이 새기면서 문화재 방재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

김창준 문화재청 문화유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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