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입 자율화 머뭇거려 뭘 얻으려 하나

  • 입력 2009년 2월 13일 02시 59분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그제 한국교총을 방문해 “대입 완전자율화는 2012년까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대통령직인수위는 2011년에 치러지는 2012학년도 입시부터 완전자율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안 장관의 느닷없는 말은 2012학년도뿐 아니라 (2012년에 치러지는) 2013학년도 입시까지도 지금처럼 각종 규제를 계속하겠다는 얘기요, 그 후에도 완전자율화할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1년 만에 말이 달라진 것이다. 정부가 자율화를 추진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교과부로부터 입시 업무를 위임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도 규제할 뜻을 시사하고 있다. 손병두(서강대 총장) 대교협 회장은 최근 “대학들이 하고 싶은 대로 입시안을 만든다면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 규제의 주체가 교과부에서 대교협으로 바뀌었을 뿐 규제는 계속되는 형국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정권도 차마 법으로 대못질하지는 못했던 ‘3불(不)정책’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기여입학제 금지, 학생선발의 출신고교 등 차별(고교등급제) 금지, 정규교과를 벗어난 대학별 고사(본고사)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교과목과 상관없는 인성·적성 검사나 입학사정관제 전형 등 대학별 고사도 교과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함으로써 대학입시를 교과부 장관 통제하에 놓이도록 하는 내용이다. 시대착오적 역주행이다.

대학 자율화에는 물론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대학이 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 그 대학은 그만큼 경쟁력을 잃고 외면당할 것이다. 연세대가 2012학년도부터 실시하려는 본고사 형태의 입시는 사교육비 절감 효과 면에서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이것을 놓고 대학이 교육적 책무를 잊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입 자율화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교과부 장관은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데 왜 느닷없이 혼란을 일으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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