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부실의 늪에 빠진 것은 3년 전부터 무리한 공격 경영을 한 탓이 크다. 황영기 전 행장(2004년 3월∼2007년 3월 재임·현 KB금융지주 회장)과 그 뒤 박해춘 전 행장(2007년 3월∼2008년 5월 재임·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추구한 외형성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쓸리면서 부실화했다. 당시 경영환경에선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대출을 30% 넘게 늘리고 글로벌 위기를 부채질한 파생상품에 16억 달러나 투자한 것을 정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급성장을 추구하고 신상품에 도전적으로 투자하면서 신용위험에는 허술하게 대처했다.
우리은행의 급성장에 위기를 느낀 다른 은행들도 덩치 키우기 경쟁에 가세하는 바람에 경영이 악화했다. 우리은행의 속병이 다른 은행으로 번진 셈이다. 다른 은행들도 부실이 커지는 바람에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외형경쟁과 파생상품 투자를 따라가지 못해 종래 영역을 고수한 지방은행들은 글로벌 위기에도 대부분 흑자를 냈다.
은행 경영진은 실적을 올리고 살아남기 위해 외형경쟁을 벌였다 치더라도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은 무엇을 했는가. 외환위기 이후 금융감독 체계를 개편해 적기(適期)시정 제도를 도입하고 경영평가제를 시행했다더니 껍데기에 불과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건전한 신용질서를 지키기 위해 금융기관을 감독 지도할 의무가 있다. 더욱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업무와 재산에 관한 보고, 자료 제출, 관계자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개방과 자율을 지향해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에는 빈틈이 없어야 한다.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를 보더라도 느슨한 금융감독이 재앙을 부른다. 우리 금융감독원은 어디에 구멍이 나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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