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대식]北 군사협박에 굴복하면 안된다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금년 초부터 북한이 대남도발의 수위를 급격히 높여가고 있다. 일련의 군사적 조치를 담아낸 강경 발언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를 위한 시설 가동 움직임은 한반도 정세를 또다시 흔들어 보려는 치밀한 의도가 담긴 행태로 보인다. 아마도 북한은 군사적 대치나 충돌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남남갈등을 부추기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폐기시키고, 미국정부로부터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평화협정 체결 및 국교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조기에 이끌어 내고,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 지원에 더욱더 적극성을 가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북한이 이례적이라 할 만큼 연속적 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조감과 그를 둘러싼 핵심그룹의 체제 유지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는 시간이 없다는 걸 말해준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 호전되었다고는 하나 재발 가능성 때문에 예전과 같은 정상적 활동은 더욱 어렵다. 북한 내부를 살펴보면 경제난에 대한 주민의 반감과 저항이 가시화하고 외부 세계와의 접촉으로 체제 이완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통제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중이었다. 이러한 때에 외부 세계에 대한 군사대결 같은 위기 국면의 조성은 내부 불만을 단숨에 잠재우고 단결을 가져오는 정권통제 강화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체제 내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북한 지도부는 책임과 원인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흡수통일을 위한 획책이라 오도하면서 남북 군사대결 불사를 공언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이 서로를 동등하게 인정하면서 협력해 나가는 방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자의 미래를 담보하는 경제공동체를 구성하여 공동 번영의 한반도를 함께 만들어 가자는 취지이다. 이전 정부와의 차이라면 대북지원을 과거처럼 북한의 정권 유지 차원 용도나 군사적 전용이 아닌 순수한 민생지원, 산업재건 및 개발지원으로 북한의 자생력을 극대화하는 데 두고 있다. 이를 어찌 대북 강경정책이고 대결정책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지금 북한의 협박에 굴복한다면 지난 1년간 갖은 모욕과 비난을 감수하며 뼈를 깎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온 우리의 노력은 무의미해진다.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는 길이 최선이겠지만 충돌이 발생할 경우 더욱 불리해지는 측은 북한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각인시킬 외교 안보적 대비태세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북방한계선(NLL)을 포함한 서해 도서 지역을 분쟁지역화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넘어가지 않도록 상황 차단에 주력하면서 영해 및 영토 방어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군사 충돌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요구를 관철하려는 북한식의 남북 거래는 더는 유효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수해물자 지원(1985년), 남북정상회담 합의 및 북-미 간 제네바협정(1994년), 미사일 발사와 북핵 실험 이후의 비핵화 합의(2006년)에서 보듯이 북한과의 관계는 긴장관계를 거치면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 사례가 적지 않다. 현 상황이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요청되는 시기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고대하는 남남갈등에 휩쓸리지 않는 단합된 모습이 절실히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서 북한의 협박이 더는 통할 수 없는 사회구조를 만들고 확인시켜야 정상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북한은 이제 의도적인 긴장 조성과 협박을 중단하고 진정한 남북협력의 장에 동참해야 한다.

김대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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