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노인 그룹홈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이건식 전북 김제시장은 2006년 취임 직후부터 농촌 마을의 홀몸노인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노인 그룹홈(Group Home) 2곳을 시범 운영해 성공을 거두었다. 이 시장은 몇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농촌마을을 찾았을 때 겨울철에 돈을 아끼느라 난방도 하지 않고, 밥에 물을 말아 겨우 끼니를 때우는 홀몸노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는 이 사업을 시장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룹홈은 현재 57곳으로 늘어 600여 노인이 입주해 있다. 올해 19곳을 더 만들 계획이다.

▷이 시장은 “그룹홈 설치 신청이 계속 몰려 예산을 확보하기가 힘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룹홈을 신축하자면 집기 이불을 합해 한 곳에 5700만 원이 든다. 경로당을 리모델링하자면 1500만 원이 든다. 난방비와 운영비는 한 곳에 연간 300만 원을 지원한다. 식사비는 마을에서 부담한다. 입주 노인들은 떨어져 살고 있는 자녀의 문안 전화가 뜸해진 게 불만이지만 “밤에도 이야기 상대가 많아 외롭지 않아 좋다”고 입을 모은다. 그룹홈은 방을 두 개 만들어 할머니는 할머니끼리,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끼리 잔다.

▷김제시청 직원 정현미 씨는 “보건소 생활체육단체와 연계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김제 모델의 그룹홈은 자연스럽게 다른 시군으로까지 전파되고 있다. 지역마다 실정이 달라 전국에 통용되는 노인복지모델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노인들 중에는 다른 노인들과 한집에서 숙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 모델을 생활환경이 다른 도시 지역에까지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김제 모델’을 지역 실정에 맞게 개량하다 보면 ‘한국형’ 노인 그룹홈이 만들어질 수 있다.

▷충남 서천에서 그룹홈 ‘내일은 푸른 하늘’을 운영 중인 라성관 원장(51)은 “개인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전혀 없고 규제만 많다”고 불만을 내비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법인시설에는 건축비 및 3등급 이하 생활보호대상자 생활비 지원 등을 해주지만 개인시설은 국민연금의 저리 대출도 10년 전 끊겼고 창업대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노인복지 시설을 운영하는 민간 독지가들도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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