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최근 발간된 ‘불황을 넘어서’란 책에서 사회시스템이 너무나 복잡하고 그 구성 요소들이 치밀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위기는 과거의 시각이 아닌 ‘새 안경’을 쓰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의 복잡성과 연결성에 주목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단발성 대책보다는 종합적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통화당국의 과감한 금리 인하로 중소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위한 국채발행 증가 우려로 실세금리는 오히려 소폭 오르고 있다. 정책금리를 내렸지만 정부의 대규모 국채발행으로 민간부문의 투자가 감소하면서 자금시장이 왜곡되는 이른바 구축효과(驅逐效果·crowding-out effect)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구축효과가 예상되는 것은 풀린 자금이 활발하게 돌지 않으면서 안전자산으로만 회귀하기 때문이다. 이런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다시 고용감소와 경제침체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무려 160조 원에 달하는 중소기업대출의 만기를 연장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의 근원인 중소기업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금융과 실물은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경제와 자금시장의 복잡한 연계성은 회사채 시장의 중요성을 재차 부각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은 복잡한 경제와 증시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우리는 기업 간 금리 차이를 통해 자금시장의 체감 온도를 시장 참여자의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회사채 금리 및 거래 금액은 바로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나타낸다.
그런데 최근 단기 우량 회사채와 장기 국고채 금리가 엇비슷해지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향후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저점에 대한 논의는 낮은 금리로 풍부하게 공급된 자금이 얼마나 빠르게 민간 부문, 즉 회사채 시장으로 순환되는지에 달려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