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식]금융시장 안정이 우선이다

  • 입력 2009년 2월 18일 02시 58분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 은행의 신용도가 떨어져 차입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으며 외환시장에서 환율 또한 1400원 선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도 금융기관은 기업부실을 우려해 대출을 꺼리고 있어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은 완화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금융시장 불안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경기가 침체됨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적인 기업부실과 신용경색이 우려된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은행은 충분한 자본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 정부가 조성한 20조 원의 자본 확충펀드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일을 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경기침체가 심화할 경우 기업부실이 늘어나면서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지금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기관의 자본을 미리 확충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금융기관 부실은 곧 우리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경제를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게 한다.

다음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급격한 경기침체를 막아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경제전망기관은 우리 수출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침체는 기업부실을 늘어나게 해 신용경색을 심화하므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기를 부양해 기업부실이 늘어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수출이 감소해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늘려 내수경기를 부양하도록 해야 한다.

수출증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대책도 중요하다. 수출이 늘어나는 경우 경기가 부양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 폭이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져 외화차입도 원활해진다. 외환시장에서 환율 또한 안정될 수 있다. 물론 지금 수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더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수출경쟁국인 일본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수출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미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을 고려하면 수출을 늘릴 돌파구는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수출 여건은 어렵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수출기업의 노력으로 수출이 늘어날 경우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은 안정될 수 있다.

이러한 대책 외에도 건전한 기업과 부실기업을 구분해 주는 기업구조조정 대책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추가적인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기업의 구조조정 대책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비록 지금은 건실한 기업이라고 해도 앞으로 부실화를 우려한 금융기관이 기업대출을 늘리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구조조정은 급격한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고 실업도 증가시킨다. 그렇지 않아도 실업자가 많은 지금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더 늘어나면 사회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급격한 경기침체는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 따라서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당연히 구조조정을 해야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지나치게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선제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기업부실이 늘어나 금융기관이 부실화하는 경우 국가경제의 대외신인도가 낮아지면서 경제는 위기상황으로 들어간다. 경기침체로 금융시장 불안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정부는 선제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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