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석]관중의 함성이 고픈 비인기종목 선수들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7분


핸드볼 큰잔치 개막전이 열린 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는 6000명이 넘는 관중이 모였다.

이를 본 두산 윤경신은 “국내 경기에 이렇게 관중이 많이 모인 건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다 13년 만에 국내로 복귀했다.

‘한데볼’ 소리를 들으며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던 핸드볼이 이젠 달라질 모양이라며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를 포함한 핸드볼인들도 한껏 고무됐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다음 날부터 관중석이 텅 비기 시작했다. 그 많던 관중은 다 어디로 갔을까.

윤경신이 남자부 통산 최다골 신기록을 작성한 23일 대구실내체육관의 관중석도 썰렁했다. 핸드볼인들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그동안 핸드볼은 국민이 이 종목에 보인 관심보다 훨씬 큰 감동을 국민에게 선사했다. 여자 핸드볼은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구기 종목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이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에 그쳤지만 감동적인 투혼을 발휘해 많은 국민을 글썽이게 했다. 동메달을 딴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다.

핸드볼협회는 이번 큰잔치를 앞두고 관중을 모으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협회 홈페이지에서 경기장 입장권과 바꿀 수 있는 교환권을 출력해 오면 경기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했다. 프로배구와 프로농구처럼 장내 아나운서와 치어리더를 따로 뒀고 TV 중계도 예년보다 많이 늘렸다.

그런데도 야속할 만큼 별 반응이 없다.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관중이 없다. 비인기 종목의 운명인가 보다.” 한 핸드볼인이 힘없이 혼잣말을 했다. 선수들은 언론 인터뷰에 응할 때마다 “핸드볼에도 관심을 좀 가져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핸드볼 덕에 우리 국민은 여러 차례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제 한 번쯤은 그 ‘고마움’을 되돌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경기장을 찾아 단 한 번만이라도 함성을 외친다면 선수들은 그 몇 배 이상 감동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핸드볼만큼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종목이 많다. 역시 비인기 종목인 여자 필드하키의 촉망받던 국가대표 20대 선수가 지난해 은퇴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영화 ‘우생순’이 뜨는 걸 보고 솔직히 욱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각 경기 종목의 수준은 국민의 관심 크기만큼 높아진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이종석 스포츠레저부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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