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니컬러스 크리스토프]다르푸르의 작은 영웅들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7분


나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씨와 함께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 접경지역인 차드 동부의 여행자용 숙소에 묵고 있다. 작은 방에는 각자가 쓸 침상이 있다. 샤워용 고무호스는 물이 나오지 않고 방바닥에는 핏자국처럼 보이는 큰 얼룩이 있다.

클루니 씨는 ‘다르푸르 사태’를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클루니 씨 얘기를 꺼낸 것은 다르푸르의 학살에 독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르푸르에서 6년 동안 학살이 계속되는 주된 이유는 강대국 지도자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다르푸르 사태와 관련해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조만간 발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다르푸르 사태를 끝낼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르푸르의 주민들이 용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세계 지도자들도 용기를 내야만 이번 기회를 살릴 수 있다.

나는 5년 전 다르푸르에서 탈출해 차드의 난민수용소에 머물고 있는 수아드 아메드 씨(27·여)를 클루니 씨에게 소개한 적이 있다. 아메드 씨는 진정한 영웅이다.

수단 정부의 지원을 받는 잔자위드 민병대는 차드로 도망친 다르푸르 주민들을 살해하려고 차드 동부까지 진입했다. 2년 전 내가 아메드 씨를 만나기 직전에 그는 동생 할리마 양(당시 10세)과 함께 수용소 밖에서 땔감을 줍고 있었다. 그때 잔자위드 민병대원들이 총을 쏘며 다가왔다.

아메드 씨는 임신 중이었지만 동생에게 수용소 쪽으로 달아나라고 말한 뒤 자신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민병대원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쏠린 틈을 타 동생이 달아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밤 수용소의 동료들은 성폭행과 심한 구타를 당해 의식을 잃은 채 수풀 속에 버려진 아메드 씨를 발견했다. 당시 아메드 씨는 자신이 성폭행당한 것이 알려질까 두려워 치료를 거부했으며 남편에게조차 이 사실을 숨겼다.

그러나 그는 최근 내게 사연을 모두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공개해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이름과 사연이 알려지면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지만 아메드 씨는 “내가 학살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르푸르의 학살에 비겁한 태도를 보이는 국제사회와는 달리 아메드 씨가 보여준 용기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최근 아메드 씨와 관련해서는 좋지 않은 소식뿐이다. 당시 등에 입은 상처가 지금도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이제 18개월 된 아메드 씨의 아기는 영양실조로 입원했다. 더 슬픈 소식은 할리마 양이 행방불명됐다는 것이다. 열 달 전 다르푸르에 머물고 있는 아메드 씨의 부모는 ‘우리가 병에 걸렸는데 수단 군인들의 경계가 삼엄해 차드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할리마 양은 ‘경계망을 뚫고 부모를 구해오겠다’며 다르푸르로 향했지만 이후 소식이 끊겼다. 아메드 씨는 “동생이 다르푸르에 도착했는지, 아니면 살해됐는지 모르겠다”고 몸을 떨면서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10차례 다르푸르를 방문했다. 대학살 속에서 인간의 나쁜 모습만 부각되는 것은 아니다. 아메드 씨 자매가 보여준 용기와 이타주의라는 아름다운 모습도 함께 발견된다.

이 때문에 다르푸르에서의 잊지 못할 기억은 유명한 영화배우와 같은 방을 썼다는 것이 아니라 아메드 씨 자매처럼 흔히 볼 수 없는 영웅을 만났다는 기억이 될 것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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