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경제혈맥’ 금융주주가 향후 증시나침반 될듯

  • 입력 2009년 2월 25일 02시 58분


2월 중순을 고비로 세계는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한국은 코스피 1,300을 넘보던 주식시장이 다시 약세로 전환됐다. 환율은 달러당 1500원대를 넘나들고 있고 금리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세계 모든 국가에서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대책을 내놨지만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금융기관 안정이 최우선 과제였다. 각국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금융기관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1월에는 올 상반기 안에 금융시스템이 복원될 것을 전제로, 실물경제에만 한정되는 글로벌 위기의 2단계를 예상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금융과 실물이 동시에 나빠지고 있다.

2월 들어 위기가 커진 이유를 동유럽 문제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일 뿐 중앙아시아 등 대부분의 이머징 국가는 동유럽과 유사한 상황이다. 선진국 위기도 미국, 서유럽을 거쳐 일본으로 전염되고 있다.

최근의 글로벌 위기 2단계는 가계 및 기업과 상업은행 간의 문제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 여전히 금융기관은 여신 총량을 줄이고 안전한 대출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와 고용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기존 가계 및 기업 대출은 점점 부실해지고 있다. 가계와 기업, 상업은행 모두 부채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현실이다. 미국 등 주요 국가는 부실금융기관에 7조 달러 이상을 지원한 것도 모자라 국영화 논의까지 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의 혈맥에 해당하는 금융주의 주가가 당분간 위기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주의 안정 여부는 시장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엄청난 자금을 퍼붓는데도 왜 금융기관과 경제는 정상화되지 못할까. 이번 위기가 산업시대 종식 후 맞이한 세계화 시대 최초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순한 금융위기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위기다. 따라서 이번 위기는 과거의 경제학으로 풀 수가 없다. 심지어 이해조차도 어렵다. 세계 모든 국가가 동시에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정도의 과감한 대응을 한다 한들 위기 탈출이 쉽지 않을 정도다.

세계화 시대에는 버블뿐 아니라 위기도 일단 방향성이 형성되면 빠른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도 세계 전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다만 하락할 때 적게 하락하고, 상승할 때 좀 더 빠르게 반전하는 것을 목표로 서둘러 시스템을 ‘재부팅’해야 한다. 이번 위기는 시스템 자체를 마비시키는 변종 바이러스다. 시간이 없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