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마음이 富者였던 어느 父子

  • 입력 2009년 2월 26일 03시 00분


13세 아들이 주운 100만원 함께 주인찾아 돌려줘

‘당신이 길을 가다 현금 100만 원을 줍는다면?’

단돈 몇만 원에 목숨 거는 일이 흔한 삭막한 세태 속에 전남 순천의 한 초등학생과 아버지의 선행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순천팔마초교 하승범 군(13)은 20일 오후 7시 30분경 금당동 한 아파트 인근 S식당 앞에서 현금 100만 원의 뭉칫돈이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 군은 이 돈을 주워 집에 갖고 갔다가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아버지와 함께 돈이 발견된 식당 안팎에서 돈 주인을 찾아 헤맸다.

마침 식당 안에서 한 손님이 “어떤 할아버지가 조금 전 뭉칫돈을 주고받는 것을 봤는데 혹시 그 돈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그러면 그분께 돌려주라”며 식당 주인에게 돈을 맡기고 사라졌다.

식당 주인은 10여 분 전 식당을 나갔던 손님 양모 씨(80·순천시 해룡면)가 사색이 돼 돌아와 “현금 100만 원을 잃어버렸다”고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보고 하 군 부자를 다시 불러 금당지구대 경찰관 입회 아래 돈을 돌려줬다.

현장을 지켜본 뒤 순천시 웹사이트에 글을 올린 김행용 씨(60)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할 일을 했다’며 사례를 뿌리치는 부자를 보고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핑 돌았다”며 “이런 아름다운 마음이 널리 알려져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순천=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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