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길을 가다 현금 100만 원을 줍는다면?’
단돈 몇만 원에 목숨 거는 일이 흔한 삭막한 세태 속에 전남 순천의 한 초등학생과 아버지의 선행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순천팔마초교 하승범 군(13)은 20일 오후 7시 30분경 금당동 한 아파트 인근 S식당 앞에서 현금 100만 원의 뭉칫돈이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 군은 이 돈을 주워 집에 갖고 갔다가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아버지와 함께 돈이 발견된 식당 안팎에서 돈 주인을 찾아 헤맸다.
마침 식당 안에서 한 손님이 “어떤 할아버지가 조금 전 뭉칫돈을 주고받는 것을 봤는데 혹시 그 돈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그러면 그분께 돌려주라”며 식당 주인에게 돈을 맡기고 사라졌다.
식당 주인은 10여 분 전 식당을 나갔던 손님 양모 씨(80·순천시 해룡면)가 사색이 돼 돌아와 “현금 100만 원을 잃어버렸다”고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보고 하 군 부자를 다시 불러 금당지구대 경찰관 입회 아래 돈을 돌려줬다.
현장을 지켜본 뒤 순천시 웹사이트에 글을 올린 김행용 씨(60)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할 일을 했다’며 사례를 뿌리치는 부자를 보고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핑 돌았다”며 “이런 아름다운 마음이 널리 알려져 따뜻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순천=김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