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시작된 한국 단거리대표팀의 자메이카 ‘육상 유학’을 이끌고 있는 서말구 감독은 전지훈련에서 많은 걸 배웠지만 답답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육상 현실에서 자메이카의 ‘단거리 노하우’를 살리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서 감독은 자메이카 육상에서 최소한 세 가지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잔디 트랙과 주말마다 크고 작은 대회를 개최하는 것, 그리고 도전 정신이 그것이다.
자메이카의 잔디 트랙 훈련은 열악한 환경에서 나온 발상이지만 스프린터 육성에 필수적인 지도법이 됐다. 매주 육상 대회가 열리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가난 탈출을 위해 끊임없이 달리는 선수들의 훈련 자세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잔디 트랙이 없다. 400m 잔디 트랙을 새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또 대회는 가물에 콩 나듯 한두 달에 한 번씩 있을 뿐이다. 경쟁할 기회가 부족하니 좋은 기록을 내기도 어렵다.
지나친 성적 위주의 육상 행정도 지도자와 선수의 발목을 잡는다.
해외 전지훈련을 한 뒤 신기록이 나오지 않으면 대표팀에 비난이 쏟아진다.
서 감독은 “최소한 2년은 지켜봐줘야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결정해 투자가 헛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한국대표팀을 지도하는 피츠 콜먼 자메이카공대 상급자훈련소 코치도 “두 달로 변화를 주기에는 부족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감독이 1979년 멕시코시티 유니버시아드 100m에서 세운 한국기록(10초34)은 30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그는 선수들의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록 경신을 간절하게 원했다면 내 기록은 벌써 깨졌을 거예요. 제가 훈련할 때는 안 되는 게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고치려고 했어요.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너무 편하게 훈련하고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죠.”
2011년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한국 육상. 2년 뒤에도 세계와의 높은 벽을 절감하지 않기 위해서는 바꿔야 할 게 너무 많다.<킹스턴에서>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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