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이 1월 8일 개정되면서 외국인 대상 의료와 관련한 유인, 알선 행위가 허용됐다. 정부는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고 있는데 유치의료기관 및 유치업자의 조건을 규정하고 상급종합병원의 외국인 환자 병상을 5% 이내에서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의료산업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며 국제적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2007년부터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4월 비자제도를 개선하여 의료 및 요양을 이유로 발급이 가능해졌다.
한국의 의료 수준은 전반적으로 미국 및 유럽의 80∼90% 이상으로 평가받는데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태국은 연간 100만 명, 싱가포르는 35만 명을 유치하여 1조 원대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의료환자가 2010년에는 40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2만5000명의 외국인 환자만 유치했다. 의료서비스 수지 적자는 6000억 원 이상이다. 정부는 의료서비스를 신성장동력 17개 분야 중 하나로 선정했는데 부가가치 유발 효과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전체산업에 비해 높다.
의료는 산업화되어야 한다. 의료가 국민의 건강을 유지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시기가 되었다. 시대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제반 여건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지나친 가격통제로 의료공급자의 행태를 왜곡시키고 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려스럽게도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의료산업화는 의료를 상업화시킬 것이다. 또 성형 피부 비만 등 비급여 위주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만 외국인 진료를 허용토록 하면 현재도 위기인 흉부외과 등의 진료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이는 국가 의료의 근간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의료상업화가 아닌 의료산업화를 위해서는 첫째, 우리의 의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규제에 의한 의료정책에서 지원에 의한 의료정책으로, 획일적 의료정책을 수월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의료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요양기관이 된다는 당연지정제는 대표적 규제정책이므로 재검토해야 한다. 또 우리의 병상당 간호사 수는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 이를 높일 수 있는 지원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의료서비스의 수출뿐만 아니라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시장의 산업화도 추진해야 한다. 의료서비스는 대인서비스로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는 반면 의약품 및 의료기기는 시장 확대의 가능성이 훨씬 큰 분야이다.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 우수한 연구자의 산학협동이 돌파의 지름길이므로 이를 권장해야 하지만 제약회사 및 의료기기 회사의 영세성은 발전의 한계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분야이다. 의료는 신성장동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는 분야이다. 슬기로운 정부정책은 의료를 상업화가 아니라 산업화시킬 수 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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