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낮에 국회 안에서 국회의원이 테러당하는 나라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3분


어제 낮 국회에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대표 이모 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씨는 대낮에 국회 구내에서 전 의원에게 “너 같은 ×은 눈을 뽑아버려야 돼”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머리채를 잡고 얼굴과 목을 때렸다. 전 의원은 손가락에 왼쪽 눈이 찔려 결막과 각막이 크게 손상됐다.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테러가 아닐 수 없다. 전 의원이 울먹이면서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이 씨가 전 의원을 폭행한 이유는 민주화운동자로 결정된 부산 동의대사건(1989년) 관련자들에 대한 재심추진 법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 의원은 동의대사건 관련자들을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한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2002년 결정을 재심토록 하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이 씨가 전 의원의 입법추진에 불만을 품고 폭력을 휘둘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씨의 아들은 동의대사건 때 화염병 투척 혐의로 구속됐다가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받았다.

동의대사건 관련자들은 무고한 경찰관 7명의 목숨을 빼앗아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민주화운동자로 떠받들어지고 훈장과 함께 평균 2500만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전 의원은 좌파세력이 장악한 민주화보상심의위가 경찰관들을 불태워 죽인 불법, 폭력시위자들을 민주열사로 둔갑시킨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것이다. 따라서 전 의원에 대한 폭행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다.

국회의원의 입법행위는 국민이 부여하고 헌법이 보장한 권한이자 책무다. 입법 내용이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당 의원을 폭행하는 것은 반(反)헌법적 행위이며 반(反)국가범죄다. 엄정한 수사와 형사처벌은 물론 배후세력이 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이날 전 의원 사무실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가졌던 민주화운동국민연대의 관련 여부도 밝혀야 한다.

이번 테러는 법과 공권력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국가사회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해머와 전기톱으로 국회를 유린한 폭력 의원들부터 자신들의 일탈행위를 뼈저리게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아닷컴 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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