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오프]젊은 홍명보 감독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3분


한국 축구계에서 대표팀 감독이 되려면 어느 정도 나이와 대표선수 경력이 중요했다. 젊으면 “나이도 어린데 뭘 안다고 벌써 감독이냐”라는 말이 나오고, 대표 경력이 많지 않으면 “그 친구 대표선수 얼마나 했어”라며 색안경을 쓴다. 청소년, 성인 축구대표팀 감독을 하려면 나이가 지긋하고 대표선수 경력도 많아야 시끄럽지 않았다.

2007년 8월 2008 베이징 올림픽 축구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홍명보 전 성인대표팀 코치가 물망에 올랐을 때도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 1990년부터 4회 연속 월드컵에서 대표선수로 활약한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대표 경력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당시 나이(38세)가 걸림돌이 됐다. 결국 ‘성인대표 코치 시절 징계를 받았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사령탑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최근 20세 이하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그동안의 관례를 깨는 ‘작은 혁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세 대표팀 감독으로 시작해 올림픽대표(23세 이하)를 거쳐 성인대표 감독까지 이어간다는 게 대한축구협회의 복안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한국대표팀 감독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한국 축구계에선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이 대표팀 코치나 프로 코치를 거쳐 바로 프로 감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스타플레이어는 훌륭한 감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다. 홍 감독은 그 관례를 깨는 첫 시험 대상인 셈이다.

홍 감독은 선수 시절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4강 신화를 이뤄 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 밑에서 코치를 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홍 감독이 성공해야 한국의 지도자 판도가 바뀐다”고 말한다. 홍 감독이 ‘그만의 축구 색깔’을 보여줘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동아일보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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