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호의 ‘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2009년 차세대 리더로 선정된 정재승 KAIST 교수는 인간의 뇌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 및 경제적 의미를 DBR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미국인들은 저축을 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대부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큰 집을 사고, 신용카드로 온갖 가전제품을 사들인 뒤 평생 그 빚을 갚으며 살아간다. 1970년대 10%를 넘었던 미국 저축률은 1994년 5%대, 2006년 들어 ―1%대로 급락했다.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에는 신용카드 사용의 증가와 자기절제력을 잃은 소비문화가 한몫했다. 평범한 미국 가정이 보유한 신용카드는 평균 6개로, 2005년 미국인이 받은 신용카드 개설 안내 편지는 60억 통에 이른다. 평균 가계 부채도 9000달러(약 1300만 원)를 넘는다.
미국인들도 매년 저축하겠다고 다짐했겠지만 각종 구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저축할 돈을 썼을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신용카드로 미리 앞당겨 계산했을 것이다. 온갖 신상품과 세일, 쇼윈도의 유혹을 의연히 뿌리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 현대인의 사회적 장애 ‘미루는 버릇’
자기절제가 필요한 부분은 저축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매년 1월이 되면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하지만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하지만 3일을 넘기기가 어렵다. 책상에는 중요한 일이 잔뜩 쌓여 ‘골동품’이 되어 간다.
이처럼 중요한 일을 번번이 미루며 뭉그적거리는 행동을 심리학자들은 ‘미루는 버릇’이라고 부른다. 최근 자기절제가 부족한 현대인에게 미루는 버릇이 심각한 사회적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
사이언티픽아메리칸마인드 2008년 12월호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한두 번 이상 중요한 일을 질질 끌어본 경험이 있다. 일상적으로 매사를 지연해 낭패를 보거나 사회 활동에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15∼20%에 이른다.
캐나다 윈저대 퓨시아 시로이스 심리학 교수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40%의 사람들이 미루는 버릇으로 재정적 손실을 봤으며,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들은 제때 일을 처리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소한 감기에도 취약했다.
왜 눈앞의 만족을 위해 장기적으로 유익한 행동을 미루는 것일까.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잘 처리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생기고, 이로 인해 마음이 편치 못해 일 자체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순발력 있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처리하다 때를 놓치기도 한다.
미루는 버릇은 마감 증후군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마감에 임박해 시간에 쫓기며 일할 때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장기적 습관으로 굳어지면 제때 일을 처리하지 않고 자꾸 일을 미루게 된다.
○ 현실적인 목표 세워 외부에 알려야 자기절제 가능
미루는 버릇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듀크대 경영대학원의 댄 애리얼리 교수는 저서 ‘Predictably Irrational(번역서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보여준다.
그는 학생들에게 리포트 제출을 요구하며 ①교수가 정한 마감 시간에 내도록 할 때 ②학기 중 아무 때나 내도록 할 때 ③제출 기한을 스스로 정해 내도록 할 때 가운데 어느 사례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는지 알아보았다.
흥미롭게도 ①의 사례에서 학생들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마감을 넘겨 감점당하는 학생도 적었고 리포트의 질도 우수했다. 반면 ②의 경우 학생들의 성적이 가장 낮았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미루는 버릇이 있다는 점을 알았지만 20∼30%는 자기절제를 하지 못한 채 리포트를 내지 못했다. 외부의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이 자율적으로 미루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감 날짜와 벌칙 등을 정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면 절제된 삶을 살 수 있다.
이때 계획은 반드시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또 시간을 세분화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스스로 보상하고 약속을 어겼을 때 벌칙을 만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정 재 승 KAIST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
혹시 당신도 부하 직원에게 시킨 일의 진행 상황을 시시콜콜 물어보거나 부하 직원의 컴퓨터까지 들춰보는 ‘시어머니형 상사’가 아닌가? 감시와 통제에 기초한 리더십은 일부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부하 직원의 창의성을 제한하고 이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기회를 뺏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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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호(2009년 3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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