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력 중독 정치권, 동료가 맞아도 公憤도 없다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8분


그제 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민주당 당직자들에게 팔이 꺾이고 목이 졸리는 폭행을 당했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도 여야 몸싸움 와중에 한나라당 의원에게 맞았다고 주장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재심’ 입법을 추진 중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대표로부터 보복 테러를 당한 지 이틀 만이다. 나라가 ‘폭력 공화국’이고, 국회가 그 중심에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도 정작 국회는 무감각하다. 의사당 폭력의 심각성을 제대로 아는지 의문이 일 정도다. 여야 지도부는 물론이고 김형오 국회의장까지도 폭력 국회를 종식시키려는 단호한 의지가 없다. 기껏해야 성명이나 한 줄 발표하고, 실행하지도 않을 형사고발 방침을 밝히는 게 전부다. 전여옥 의원의 경우도 한나라당 소속 여성의원들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을 뿐이다. 전 의원에 대한 보복 테러가 어찌 여성의원만의 문제인가.

국회 폭력은 의회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반(反)헌법적 반(反)국가적 중대 범죄다. 국민의 대표이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 대한 폭행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그럼에도 정치권 어디에도 공분(公憤)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 나만 안 당하면 괜찮다는 건가. 국회의 이런 행태야말로 의사당 폭력을 상습화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있으나마나다. 어제 윤리특위 소위(小委)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민주당 문학진 의원에 대해 ‘본회의 출석정지 30일’의 징계를 결정했으나 전례로 미루어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에서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17대 국회 때도 82건이 윤리특위에 제소됐지만 단 한 명의 의원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징계 심의가 늘 ‘동료의원 감싸기’로 흐르는 탓이다. 이러니 국회 폭력이 근절될 리 없다. 한나라당이 약속한 국회폭력방지법 추진도 지지부진이다. 폭력 추방 의지가 없는 국회가 국회는 물론 우리 사회 곳곳에서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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