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송세월 정치’가 나라와 국민 앞길 막고 있다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8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어제 이른바 쟁점법안이라는 미디어관계 법안 처리방식에 합의했다. 당장의 정치적 파국은 면했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신문 방송의 겸영 허용 등을 담은 핵심 4개 법안의 처리가 다시 6월로 연기됐을 뿐이다. 그때 가서 제대로 처리될지도 의문이다. 정상적 국회 운영을 외면한 채 발목잡기에 주력해온 민주당이나, 과반인 171석을 갖고도 소수 야당에 끌려다니는 한나라당이나 국가발전과 민생에 걸림돌이기는 마찬가지다. 국회 안에는 제대로 된 리더십도 없다.

미디어산업의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경제위기의 충격을 완화하려면 핵심 미디어법안 처리가 시급하다. 그런데도 여야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하기로 타협했다. 한나라당은 깽판은 피했는지 모르지만 결국 민주당의 지연작전에 놀아난 꼴이다. 여야 간에 다시 지루한 정치적 소모전이 벌어질 것이고, 언론노조와 좌파 시민사회세력이 이를 부추길 것이다. 정체도 불분명한 ‘사회적 논의기구’에 법의 운명을 맡길 거라면 국회가 왜 필요한가. 국회의원들은 무얼 하려고 선거 때 ‘나를 뽑아 달라’고 호소했던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한국은 아시아 신흥시장 중 헝가리 폴란드만큼 경제가 위험한 유일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미사일 협박까지 도를 더해가는 지금, 정치권의 책무는 실로 무겁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갖가지 이해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잠재력을 하나로 묶어냄으로써 국가위기 극복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불법 폭력을 일삼으며 시간만 허비했다. 특히 민주당은 민주주의 기본인 다수결원칙마저 무시하고 국회를 공전(空轉) 파행으로 몰고 갔다. 민간기업 같았으면 비(非)효율, 저(低)생산, 무(無)경쟁력으로 진작 파산선고를 받았을 국회다. 국민의 대표 구실을 못했으니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납세거부운동, 국민소환운동을 벌이거나 국회 해산까지 논의해야 할 지경이다.

외환위기 속에서도 금 모으기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우리다. 정치권이 다시 뛸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고 앞장서기만 한다면 국민은 또 한 번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국민세금으로 살아가는 정치인들이 언제까지 나라와 국민의 앞길을 가로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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