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
회사원 서모 씨(33)는 테이블에 노트북과 가방을 놓고 주문을 하러 갔다. 이를 지켜보던 연예인 지망생 정모 씨(21)는 이 틈에 잽싸게 서 씨의 노트북과 가방을 들고 나왔다.
정 씨는 성형수술비가 필요했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정 씨는 연예기획사 매니저에게서 “코 성형이 필요한데 400만 원 정도가 든다”는 말을 들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모델 일을 하며 수술비를 마련하려 했지만 벌이가 마땅치 않았다.
그때부터 정 씨는 커피전문점을 다녔다. 강남 일대의 부유한 동네에 위치한 한적한 곳을 집중 공략했다.
9일 정 씨가 훔친 서 씨의 최신형 노트북과 금품 등은 모두 316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정 씨는 이튿날 노트북을 인터넷 중고사이트에 올렸다가 꼬리가 잡혔다. 서 씨의 도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해당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신고 품목과 동일한 노트북이 올라온 것. 경찰은 곧바로 정 씨와 구매 약속을 잡았다.
10일 오후 2시, 정 씨는 평소 자주 ‘작업’을 했던 강남구 대치동의 한 스타벅스에서 결국 체포됐다.
서울 수서경철서는 커피전문점을 돌며 9차례에 걸쳐 2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11일 밝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