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이랬다. 현재 고교 선수들은 사실상 축구에 인생을 걸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만 하며 프로 진출이나 대학 진학을 꿈꾸던 선수들에게 갑자기 공부하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선수들의 수업권을 박탈하고 지나치게 성적 지상주의에 치우치는 토너먼트 제도의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추진 목적은 이해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자고 주장했다. 그래서 공부와 축구를 병행할 가능성이 높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는 리그제를 전면 실시하고 고등학교는 현 시스템을 얼마간 유지하며 선수들에게 줄 충격을 최소화하자고 했다.
그런 그가 최근 갑자기 월드컵기념관장으로 발령이 났다.
초중고 전면 리그제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축구협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역점 사업. 조중연 신임 축구협회장도 임기 내에 확고하게 리그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 국장의 발령은 ‘괘씸죄’에 해당된다는 것이 주위의 해석이다.
학생이라면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운동과 공부를 다 잘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대표선수 출신이 의사나 변호사로 활동하는 사례도 있지만 사실은 소수에 불과하다. 국내에도 고등학교까지 선수를 하다 다른 직업을 갖고 잘 살고 있는 사례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축구에 전념해야 성공할 수 있다. 요즘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세계적인 축구스타로 발돋움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축구만 했다. 그의 동료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도 마찬가지다. 축구하다 그만두면 실패자란 낙인이 찍힐 수 있지만 축구에 올인(다걸기)하지 않으면 ‘제2의 박지성’을 볼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협회가 공부하는 축구리그의 실행과 더불어 선수들이 언제부터 축구에 전념해도 좋은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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