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경영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자원의 보고가 있다. 바로 내부 직원이다. 간혹 개인의 이익을 조직의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부류가 있기는 하지만 충성도 높은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는 때로 엄청난 원가 절감 효과를 내기도 하고, 위기 극복의 결정적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외부의 그 누구보다 자사의 현장을 훨씬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경영 전문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최신호(29호·3월 15일자)에 게재된 스페셜 리포트는 조직 내부에 의한 아이디어 혁신 방안을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분위기’다. 냉소적 조직문화가 지배하는 곳에서는 결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안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제안 및 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보상을 대폭 확대하며, 과거의 실수를 불문에 부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들이 빠져드는 일반적 함정이 있다. 바로 ‘평가의 덫’이다.
조지아공대 연구팀은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적 아이디어와 이에 대한 평가가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지를 밝혀내고자 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 중 절반에게 “가상의 철강회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요구한 뒤 “제시한 아이디어들을 엄정하게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절반의 피실험자에게는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여러분이 제출한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며 평가에 대한 비중을 낮췄다.
어떤 그룹이 더 창의적 아이디어를 냈을까. 후자였다. 엄정한 평가를 하겠다고 말한 그룹의 아이디어들은 흠잡을 데 없었지만 창의성에서는 후자에 비해 형편없이 뒤처졌다. 또 표준화된 모범답안을 제시한 그룹보다는 특별한 답을 제시하지 않은 그룹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많은 기업은 빠른 의사결정을 강조하며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평가해 점수를 주거나 보상을 해준다. 하지만 실험 결과에서 나타나듯 평가를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직원들의 창의성은 훼손된다.
똑똑한 경영자일수록 자신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신속하게 아이디어를 판단하고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일에 매달린다. 하지만 이런 경영자일수록 기존 통념을 깨는 극도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IBM의 ‘혁신 잼(innovation jam)’이란 프로그램은 수많은 사람이 온라인을 통해 엄청난 수의 아이디어를 쏟아내게 만든다. 하지만 누구도 그 아이디어에 등급을 매기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모든 의견을 심각하게 생각하며 사소한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 거대한 협업을 추진한다. 참여자들의 투표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고르는 절차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능형 건강관리시스템 등 수많은 사업 아이디어가 이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평가의 덫’을 극복하면 이처럼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물론 구성원 개인의 신념이나 철학보다는 조직의 가치가 중시되는 기업문화가 전제돼야겠지만….
반병희 산업부장 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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