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의 비자금이 수십 명의 정·관계 인사들에게 건네진 정황이 포착됐다는 얘기도 나돈다. 노무현 정권 실세였던 민주당 이광재 의원 등 현 야권 정치인뿐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전현직 의원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에 관해서는 그동안 말이 많았지만 구체적으로 혐의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를 구속기소한 데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자금줄인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자 야권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부패혐의로 조사받는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은 ‘정치보복’과 ‘표적사정’이다. 그러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보복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표적이 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대통령 측근과 권력자들의 주변에서 이 같은 대형비리가 저질러진 데 대한 반성과 속죄가 따라야 한다.
경남 밀양 출신인 박 회장은 부산 경남 출신 전현직 의원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2000년에는 한나라당 재정위원을 맡기도 했다. 한나라당 인사들도 관련이 됐다면 검찰 수사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박 회장이 금품을 제공한 대상에 검사를 비롯한 법조인이 여럿 포함돼 있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다. 1월 검찰간부 인사에선 박 회장과 접촉한 의혹이 있는 일부 간부가 주요 보직에서 배제됐다. 검찰이 내부 문제에 얽매이거나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수사 전반이 불신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과거 김대중 정부 때 각종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져 특검이 도입되고 검찰뿐 아니라 정권이 흔들린 전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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